인천항은 한국의 항구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항구다. 6·25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세를 탄 데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축 항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인천항이 토사 퇴적 등으로 몸살을 겪으면서 해양수산부 주도로 인천내항 재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안’에 인천 내항 1·8부두를 보전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을 해수부와 인천항만공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내항을 세계 최초 해저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해저도시 개발계획안은 한 기업이 받아들여 민간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제안서도 제출됐다. 갑을그룹은 지난 8월 말 인천 내항을 민간사업 방식으로 최첨단 해저도시로 개발하겠다고 인천항만공사에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내항은 해수면은 약 175만㎡, 항만 부지는 약 363만㎡에 달해 육지와 해저를 아우르는 해저도시 개발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해양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 해저도시 개념을 설계하고 사업 제안을 주도한 이는 임현택 가천대 초빙교수(스마트해양학회장)다. 임 교수는 해수부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면서 세계 각국의 항구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한 인물이다. 임 교수는 최근 <인천해저도시로 가자>는 책까지 내면서 인천 내항을 해저도시로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해저도시가 완공될 경우 전체 연 면적 약 67만㎡에 연간 3224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전체 경제적 효과는 18조원(1인당 소비 15만원 가정), 일자리는 약 8만1000명이 창출될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인천 해저도시 개발에 대한 일부의 수압과 지진 등 안전 문제에 대해 한국 건설사들이 자랑하는 우물통 공법과 쇠말뚝 및 침매 공법 등 최첨단 건설 공법을 활용하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천 해저도시가 가시화하면 인천 내항과 지형 조건이 비슷한 영국의 웨일스항, 스페인의 바르셀로나항 등도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임 교수와 갑을그룹 등은 우리나라의 발전한 건설공법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하면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최초의 해저도시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 해저도시가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먼저 해수부와 인천시의 인천 내항에 대한 개발 계획에 대한 견해차 해소이다. 인천 내항의 일부를 보존하기를 원하는 인천시와 내항을 단순히 육지와 연결한 항만기능만 강조하는 해수부가 대국적 차원에서 의견차를 해소하고 해저도시 개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대형 프로젝트 추진과정의 필수적 요소다. 이와 함께 민간과 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이다. 인천 내항이 해저도시로 개발되면 인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함은 물론 주변지역 정비와 상권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제 도시 간 경쟁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 해저도시라는 참신한 발상을 반드시 현실화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인천 내항은 해저도시로 개발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실행력이 중요하다. 행정과 민간, 기업이 합심해 세계 최초의 해저도시를 일궈내는 데 심혈을 쏟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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