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종로의 거리를 거닐다 옆에서 집사람이 문득 이야기를 꺼냈다. 아침마다 어린이 등굣길에 중구와 종로구 경계도로에서 교통지도를 하는데 주변 보도블록 교체현장에서 흥미로운 얘길 들었다는 것이다.

종로구에서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하는 시공사 관계자들이 “종로구는 중구보다 더 좋은 보도블록을 씁니다”라며 자랑을 하더라는 것.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움직였다. 늘 봐오던 정형화된 형태의 그것이 아니었다. 걷고 있는 보도블록의 가장자리가 둥글게 다듬어진 게, 마치 옛 성곽처럼 보인다.

이는 종로구의 ‘역사·문화 보행환경 조성사업’이라고 한다. 화강암 재질의 친환경 보도블록으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빗물이 자연스럽게 침투해 지하생태를 유지하고 대청마루, 궁궐의 어도와 기와의 문양 등을 사용해 역사·문화지구인 종로의 특성을 살린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종로의 보도가 걷기 편한 거리가 됐다.

또한 석재판 붙임(습식)이 아닌 깔기(건식) 시공 방법을 사용해 기초콘크리트를 사용하지 않고 화강석, 모래만을 사용함으로써 띠 녹지 및 빗물이 자연스럽게 흡수돼 침수 발생률을 줄였다고 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화강판석 두께를 일반적인 붙임 시공보다 두꺼운 10㎝로 선정해 보행 하중으로 인한 파손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깔기(건식) 시공은 굴착공사를 할 때 자재 재활용이 가능해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는 경제성도 갖고 있다.

요즘처럼 맑은 하늘 아래에서 길을 걸으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더욱 많아진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걷기 좋은 거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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