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공사비 반영이 이뤄지지 않아 시공  중인 건설현장이 멈추는 사례와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현재 시공 중인 건설현장뿐 아니라, 향후 분양계획이 있는 업체의 분양을 연기시키는 사례도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분양가의 상승은 미분양 등 주택공급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므로 분양가 상한제 하에서 공사비 상승분을 적정하게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원에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있다. 최근의 ‘건설공사비지수’(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재료, 노무, 장비)를 대상으로 특정 시점(2015년 생산자물가지수)의 물가를 100으로 해 물가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를 보더라도 지난 3년간의 지수 변동률은 21.8%로 연평균 7.3%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올해 2월의 경우 13.6%로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근, 콘크리트 등 건자재 가격의 상승과 유가 상승이 지수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건자재 등의 건설공사비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대응 통화량의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 있어 생산자 물가의 증가가 건설공사비지수를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수급불균형에 의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다원적인 글로벌 공급망의 미확보에도 원인이 있다. 글로벌 수급불균형에 의한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은 단시일 내에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원자재 가격급등으로 인한 건설공사비의 상승은 분양가의 상승 압력을 높인다. 구매 가능한 수준의 분양가 책정으로 주택공급을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문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 인수위 공약에서 ‘분양가 상한제의 합리적 조정’으로 표현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택 대출 규제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구매능력이 저하된 현 상황에서 시장자율에 의한 분양가의 책정은 일시적, 지역적으로 높은 분양가에 의한 집값상승을 초래하겠지만, 과도한 분양가의 책정은 미분양을 초래해 시장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적정 수준의 분양가로 귀착될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단기적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택구매능력을 반영하는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원활한 주택공급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근본적으로 공사비 상승을 반영하는 분양가의 합리적 조정 이외에 선분양제도 하에서 현재 시공 중인 민간 건설공사현장은 물가변동에 의한 계약금액조정제도가 작동하지 않아 건설업체의 손실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시공 중에 원자재의 수급차질로 인한 공기 및 공사비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후분양제도도 어느 정도 바람직해 보인다.

공공공사는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이 의무화돼 있어 그나마 낫지만, 민간공사인 주택건설공사의 경우 ‘표준도급계약서’가 의무화돼 있지 않고, 설령 있더라도 단서조항에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조정이 배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민간공사의 경우 계약 당사자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한 계약이므로 전적으로 계약당사자에 귀책사유가 있지만, ‘불가항력에 의한 과도한 물가변동’은 계약변경사항으로 당연히 적용을 의제하는 것으로 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자재 물가변동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 확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대응해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적 공급망의 확보로 원자재의 수급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원자재 수급안정을 통해 자연적 물가상승분 수준으로 건설공사비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건설공사에 필요한 원자재는 매우 다양하고,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재의 수급 상황에 따라 원자재 가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급 안정화는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인플레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자연스러운 상승은 불가피하지만, 해외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통한 가격상승 압력과 수급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정부와 건설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정부는 원자재 수급상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수급 계획 수립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건설 자재생산에 소요되는 기초 원자재의 수급동향과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물량과 해외수입 물량을 산출하고, 안정적인 해외 원자재 수입선 확보를 위한 대책 등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 수입선의 확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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