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여러 곳에서 국가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이해집단간 마찰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자체 혹은 지자체와 지자체간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몇 해를 끌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금정산 관통사업, 부안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등은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갈등 현안이다. 많은 우여 곡절을 겪은 뒤에 이제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구간 건설은 힘들게 사회적 갈등을 해결한 사례로 오래 동안 기억될 것이다.

갈등이 국책사업 발목

한편 최근에는 갈등의 당사자가 정부와 지역주민이나 특정 이해집단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지자체간의 갈등도 무시 못 할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시 베드타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고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서울시 접속 도로 구축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교통혼잡을 이유로 협력을 거부해서 발생하고 있는 지자체간 갈등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미·일 등은 이미 시행

우리보다 일찍 공공건설사업에 있어 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갈등관리프로그램을 준비 시행해 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SOC시설의 정비 확충 중에서 사업규모나 영향 및 효과가 큰 도로사업을 중심으로 정책의 입안 및 결정과정에 그 정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시민(public)을 지속적으로 관여(involvement)시키는 공공참여(PI, Public Involvement)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PI제도는 합의형성을 최종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대중에게 광범위한 의견표명 기회를 제공하여 이해집단간에 다른 의견이 존재하며, 왜 의견이 다른지를 이해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는 의사결정과정을 중시하는 갈등관리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1년 국가교통정책을 육상교통효율화법(ISTEA, Intermodal Surface Transportation Efficiency Act)으로 명문화하여 발표하면서 교통사업에 따른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해서 계획 초기단계에서부터 보다 능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주민의견을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도 환경의식 강화

연방정부의 이 같은 규정을 기본으로 각 주에서는 독자적인 PI제도를 전개하고 있어 운용형태는 주별로 다양하나 중요한 의견결정 단계에서는 공청회가 이용되며 공청회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을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도로사업의 경우 정책결정에서부터 계획수립 및 확정 등 단계별로 전문가와 지역주민이나 주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자연보호연합이 참여하는 협의체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이중적 의견수렴 PI제도를 운용하여 참여자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전갈등관리체계를 확립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90년대와 마찬가지로 건설사업 추진에 있어 갈등발생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환경의식의 강화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우리 실정에 적합한 건설분야의 갈등관리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외국의 예에서 살펴보았듯이 건설분야의 갈등을 어떻게 인식해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토론 문화 정착돼야

또한 갈등의 격화는 많은 부분이 갈등당사자인 정부의 일방통행적 의사결정방식에 원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점차 과거의 억압에 의한 갈등해소에서 이해당사자가 모여 앉아 토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갈등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야한다.

특히, 건설분야와 관련된 갈등관리 및 해소를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으로 토론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심의적 의사결정과 제3자가 개입하여 갈등 당사자간 합의를 촉진하는 대안적 갈등해소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갈등표출과 해결과정에 대한 사회적 학습이 많이 부족한 상태에서 바람직한 갈등해소 및 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해를 달리하는 상대를 설득하고 타협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투자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토연 건설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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