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국도유지관리업무를 민간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일단 잘한 일이다. 중앙정부가 정책업무에 전념하지 않고 말단집행업무까지 집적거리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자초해온 셈이다. 특히 국도유지보수업무를 둘러싸고 그간 갖가지 비리가 터지는 바람에 건교부는 부패정부의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다.

이제부터라도 건교부는 각종 집행업무를 과감히 민간 혹은 지자체에 위탁·이양하고 명실상부한 정책부서를 지향해야한다. 어차피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면 신속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건교부가 내놓은 국도유지 관리업무 민간위탁 시행방안이 명목뿐인 민간위탁으로 비쳐질 정도로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전면적인 민간위탁의 구체적 시기나 규모등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도로보수원의 자연감소에 따른 예산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식이어선 민간위탁이 효율적으로 시행될 수 없다.

국내외적으로도 도로유지관리는 아웃소싱이 일반적이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는 물론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도로유지 관리업무를 다양한 방법과 형태로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웃소싱이 이뤄지고 있고 효과도 톡톡히 보고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일상유지보수 업무를 2003년초부터 4개의 자율지사를 중심으로 외부위탁을 시범추진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시설관리공단은 총 29.7Km의 도시고속도로 2개 노선을 민간에 위탁, 경비를 60% 절감했다. 평택시청은 2003년초 도로 일상유지관리 업무를 전면 위탁, 46.6%의 예산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는 민간위탁을 적극적으로 추진, 국민들의 국도이용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예산절감에 나서야 한다. 차량과 주행거리 증가 등 국도이용율은 날로 상승하고 이에따라 국도이용자가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요구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도 유지관리 비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교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국도이용자의 만족도는 국내 다른 공공서비스기관이나 해외 도로유지관리기관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에선 80년대부터 시행해오고 있고 더군다나 국내 지자체나 공기업들이 시행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민간위탁 업무를 중앙정부에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없다.

건교부의 연도별 시행 계획을 보면 민간위탁 규모는 2004년 32억원, 2005년 41억원, 2006년 49억원, 2007년 57억원, 2008년 66억원에 불과하다. 4년후의 민간위탁 규모가 66억원이라면 이를 두고 과연 민간위탁을 시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전국의 국도유지관리 예산에 비해 몇%나 될지 따져봐야할 일이다.

전국에는 제주청을 포함해서 국도유지건설사무소가 19개소 있고 인원은 총2천555명에 달한다. 정규직이 1천60명으로 41.5%를 차지하고 있고 비정규직은 58.5%인 1천495명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도로보수원은 881명이다. 도로보수원의 자연감소 인원을 감안해 기정 예산 범위내에서 점진적으로 민간위탁 시행하겠다는건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정규직의 밥그릇 챙기기를 계속하겠다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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