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재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들이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산재 은폐를 유도하는 등 부작용이 너무 커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실효도 거두지 못하면서 업체들만 골탕을 먹고있다. ‘건설업체 재해발생률 산정기준’이 그렇고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제도가 또한 그렇다.

현행 건설업체 산업재해발생률은 매년 노동부장관이 건설업체 시공능력 공시금액 등을 감안한 환산재해율로 산정하고 있다. 환산재해율이란 환산재해자수를 상시근로자수로 나눈 백분율이다. 환산재해자수는 한해동안 당해 업체가 시공하는 국내의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수의 합계로 산출한다.

문제는 건설산업기본법(제8조)이 일반건설업체의 재해자수에 하도급업체의 재해자까지 합산하게 하고있다는 점이다. 즉 일반건설업체의 경우엔 자기 회사 소속 재해자수는 물론 그 일반건설업체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하도급을 하는 업체의 재해자수까지 합쳐 환산재해율을 산정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을 총괄지휘하는 일반건설업체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는 사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도급업체 소속 재해자를 원도급업체 소속으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하도급업체 소속 근로자는 어디까지나 하도급 업체 소속일 뿐이다.

정부나 발주기관은 공사대금 가운데 원도급업체가 받은 안전관리비가 하도급업체에게도 제대로 돌아가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하되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한 재해는 하도급 업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도급업체의 산재책임을 원도급업체에게 묻는 까닭에 괜히 부작용만 자꾸 부풀리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왜 깨닫지 못하는가.

일반건설업체는 하도급현장의 재해자수까지 떠안다보니 재해율 증가에 따른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재해율이 높으면 PQ심사와 시공능력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마당에 자기 회사도 아닌 하도급 업체의 재해까지 떠맡아 책임을 져야 하니 불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일반건설업체들은 PQ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하도급현장의 산재처리를 기피, 은폐하는 일이 거의 일반화된게 사실이다. 산재를 은폐하려다 보니 하도급업체들에게 산재처리 대신 공상처리를 강요하게 되고 공상처리 부담은 고스란히 하도급업체의 몫이 되고 있다.

정작 산재보험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이 산재보험의 울타리 밖에서 겉돌고 있다. 공상처리 비용은 영세한 하도급업체들에겐 커다란 경영 부담이다. 전문건설업체들이 공상처리 비용 증가로 인한 경영난 가중을 호소하고 있는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산재를 공상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갈등은 원·하도급자간의 협력관계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한 현장에서 일하는 원·하도급자간에 갈등이 생기면 공사가 제대로 수행될리 없다. 결국 잘못된 산재제도 때문에 건설공사의 품질저하까지 초래되고 있는 셈이다. 일반업체의 환산재해율은 일반업체 소속 재해자수만 갖고 산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도급업체 재해율은 하도급업체 재해자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또 한가지, PQ 심사시 산재점수를 감점하는 제도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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