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판단자의 전문성

유동화·감수제 구별 전문성 결여로 오판 당사자들 피해유발

아래 내용은 특허이의신청 결정문 중에서 특허청 심사관이 기술을 판단하는 내용의 일부이다(특허이의신청은 특허등록공고된 후 3개월 이내에 특허등록 취소를 요구하는 절차이고, 특허무효심판이 등록 후 이해관계인만 신청할 수 있는데 비해 이의신청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갑호증에 의하면 고성능감수제는 뛰어난 감수작용을 이용하여 보통의 콘크리트와 같은 작업성능을 가지면서 물시멘트 저감을 주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유동화제는 감수시키지 않고 동일한 물시멘트비로서 작업성능이 뛰어난 콘크리트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불러지는 것이어서, 고성능 감수제와 유동화제는 감수작용의 여부, 작업성능의 원활화 등에서 차이점을 나타나고 있고,... 고유동화제는 이건 특허발명의 AE고감수제와는 ‘상이하게’ 작업성능의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위 내용은 고유동화제는 작업성능의 향상을 위하여 사용하고, AE고감수제 감수작용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므로 서로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고유동화제를 사용한 콘크리트와 고감수제를 사용한 콘크리트는 서로 다르고, 따라서 진보성이 있으므로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콘크리트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기술자라면 고유동화제와 고감수제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실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표현을 달리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대상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동화제는 작업성에 관점을 두고 있다. 통상 워커빌리티(workability)로 불리는 작업성은 얼마나 쉽게 콘크리트를 부어 넣을 수 있느냐가 주요 관점이다. 워커빌리티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콘크리트 배합 중에 포함되는 물의 량에 많이 좌우된다. 콘크리트를 쉽게 부어넣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사용하여야 하지만 시멘트량에 대비한 물의 사용량(이 비율을 물시멘트비라고 부른다)은 콘크리트의 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작업성을 좋게 하기 위해 마냥 물을 많이 섞을 수 없다.

자연스레 강도도 유지하면서 작업성도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되고 이를 위해 혼화제를 사용한다. 혼화제는 콘크리트에 소량을 섞어 콘크리트의 물성을 좋게 만드는 재료를 말한다. 고유동화제는 콘크리트의 유동성을 고도로 높여 콘크리트 강도는 동등이상으로 유지하면서 작업성(즉 유동성)을 좋게 하는 혼화재료이다.

고성능감수제는 강도에 관점을 둔다. 콘크리트의 강도는 물시멘트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물시멘트비를 떨어뜨리면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물시멘트비를 마냥 떨어뜨리면 작업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작업성을 일정 이상 유지하면서 강도를 높일 방법을 강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혼화제를 섞는다.

즉 물을 적게 포함하면서도 같은 수준이상의 강도를 얻기 위하여 섞는 재료를 감수제라 하고, 감수성능을 매우 높인 것을 고성능감수제라 한다. 이렇게 보면 고유동화제나 고성능감수제는 동일한 콘크리트배합을 두고 작업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면 고유동화제로 불리고, 동일 강도를 가지면서도 물을 적게 배합하기 위하여 사용하면 고성능감수제로 불리는 것이므로 서로 다른 재료라 할 수 없다.

특허의 진보성은 ‘해당 기술이 속한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쉽게 발명하지 못한다면 진보성이 있어서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례와 같이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 이름을 달리 부르고 있는 것을 서로 다른 기술구성요소라고 판단하였다면 ‘해당 기술이 속한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판단하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판단자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대목이고, 판단착오는 억울하지만 고스란히 발명자와 그 상대방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판단기관의 전문성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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