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해인 계사년(癸巳年)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뱀을 무서워하거나 징그럽다고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뱀을 재산과 관련지어 집안의 업이라며 소중히 여겼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추수한 곡식을 집안 광에 보관하였는데, 가장 골칫거리는 곡식 가마니를 갉아먹는 쥐였다.

그 쥐를 없애 주는 존재가 바로 구렁이였는데, 구렁이는 특별히 사람에게 해를 끼칠 만큼 맹독도 없는데다 골칫거리를 해결해주어 사람들이 뱀을 소중히 여긴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곡식이 많은 부잣집에 쥐가 많이 살 것이고, 그 쥐를 잡아먹기 위해 구렁이가 많이 살다 보니 이런 재산 관련 속설이 민간의 정설로 굳어진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뱀은 생물학적으로 파충류다. 파충류는 인류보다 기원이 훨씬 앞선다. 아득한 옛날 중생대의 공룡도 파충류였으니 우리 인류보다 한참이나 앞선 선배종족임에 틀림없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오면서 생존을 유지해 온 파충류, 특히 뱀에게서 우리가 배워야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뱀은 피부가 아닌 비늘이 몸을 덮고 있다. 비늘은 처음 만들어진 크기 그대로 굳은 채 존재하기 때문에 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래된 비늘을 벗겨내고 새로운 비늘로 덮인 껍질로 교체하는 허물벗기를 한다. 뱀은 1년 동안 보통 1~3차례 정도 허물벗기를 하는데, 만약 허물벗기를 하지 못하면 뱀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

새해에는 새 정부도 출범하고 주변 환경이 많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희망차게 신년을 맞기는 하였지만 우리 앞에 놓인 여건은 지난해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자의 생존이 최대의 화두가 될 것은 자명한데, 그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지나칠 경우 타인의 존재를 망각하고 자신만 챙기게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의 몰락을 추구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곧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이므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누군가 ‘지식은 더하기이며, 지혜는 빼기’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의 공생을 위해서는 내 것을 더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빼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뱀의 허물벗기에서 ‘빼기의 지혜’를 구할 수 있다. 우리도 우리의 욕구나 기득권 중 일부를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지혜로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자기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지금까지 누리고 고수해 온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자기혁신을 하는 자만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 있다. 비록 미물인 뱀일지라도 우리는 그들로부터 생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김정환 코스카 중앙회 건설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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