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등반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겨울철 눈보라를 헤쳐가며 상고대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래도 등반은 봄이 제격이다. 봄볕에는 만물을 소생시키는 에너지가 듬뿍 담겨 있다. 이제 긴 겨울을 견디고 초목의 싹이 돋아나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나온다는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내일이다.

어떻게 봄이 오는가?
그건 하느님의 섭리이다.
인생을 즐겁게 할려고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거다.

천상병 시인의 시 ‘봄빛’ 중 일부인데 시인은 봄을 인생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주신 하느님의 선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하느님이 주신 선물을 보기도 전에 나는 나의 부주의로 인하여 무릎 골절상을 입었다. 좋아하는 봄 등반은 고사하고 한 달간 방콕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손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는 말씀도 있지만 우리 선조들은 집안의 ‘뼈대’를 중시하였다. 그 이유는 사람이 죽으면 혼(魂)과 백(魄)으로 분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이 만나는 시점, 즉 어머니 뱃속으로 입태(入胎)가 될 때 백(魄)이 들어오고, 이때 태몽을 주로 꾼다고 한다. 혼(魂)은 출태(出胎)가 되는 시점, 즉 탯줄을 자르는 그 순간에 들어온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혼과 백이 뭉쳐 있다가, 죽기 며칠 전에 혼이 먼저 빠져 나간다고 한다. 옛날 어른들은 이를 ‘혼불’이 나간다고 표현하는데, 이때 혼과 달리 백은 나가지 않고 뼈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뼈대’를 중시하고 이 뼈를 명당에 묻으면 백도 즐거워하고, 그 후손에게도 여러 가지로 이롭다고 본 것이다. 그런 뼈를 소홀히 관리하였으니 그 죄가 커 유배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등반하기에 최적인 해발 1000m 내외의 ‘살아있는 산’이 국토의 70% 이상으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등산천국의 나라이다. 실은 3000m를 넘어가는 산은 춥기만 하고 사람을 압도하여 3000m 넘어가면서부터는 ‘죽은 산’이다. 히말라야, 로키산맥 등은 너무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하고 사람이 놀 수 있는 산이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들은 암석덩어리, 나무, 계곡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태양에너지와 단단한 화강암과의 작용에서 나오는 바이오 화기와 계곡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기가 이상적으로 버무려져 등반하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흡수된다. 보통 바위산을 5~6시간 타고 나면 몸 안의 탁기는 다 나가고, 대략 1주일분의 싱싱한 고단백 에너지를 섭취하게 된다.

즐거움을 넘어 생존을 위해서도 이번 주 봄 등반 꼭 실천하기를 권한다.  /이건영 코스카 중앙회 건설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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