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부조리 사슬 끊는 현실적 대안

유호선 교수 “국회차원 관련법 개정 서둘러야”
윤석호 과장 “단기·중장기 시범사업 실시할 것”
박원준 회장 “상반기 법제화 안돼 안타까워”

지난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분리·분할 발주 토론회에는 각계의 전문가가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유호선 숭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장, 오희택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 윤석호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박원준 코스카(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 등은 플로어 토론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개진했다.

중립적 입장의 학계와 전문업계에서는 즉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실련과 민주노총 토론자는 분리발주 자체보다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건설근로자의 임금 보호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주요 토론자들의 발언내용을 살펴본다.

 
◇유호선 숭실대학교 교수=통합발주 자체가 불공정의 시작이다. 분리발주 법제화는 한국적 건설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에서 나온 현실적 대안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갑을 관계 개선을 위해 그 동안 수 많은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현실은 변화된 것이 없다. 분리발주를 반대하는 종합업계의 발주자 공사관리 능력부족, 영세업체 부도 우려, 현장 근로자 임금체불 악화, 총공사비 증가 등은 약간의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공공공사 만이라도 현행 건설 발주시스템을 개편하는 분리발주 의무화를 도입해야 하며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전기, 정보통신공사 등이 이미 분리 발주되고 있으므로 시범사업은 필요 없고 전면 시행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시공능력이 있음에도 전문업체가 직접 분리 시공하지 못하는 것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권오인 경실련 국책사업팀장=분리발주는 건설산업의 잘못된 다단계 하도급 생산구조를 끊고 발주 방식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분리발주가 수평적 생산방식을 통한 중소건설사와 건설노동자의 보호에 있다면 다른 제도와 병행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최저가낙찰제 방식 적용을 통한 예산절감, 발주기관 관리역량 제고 또는 건설사업관리(CM)제도 활성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

또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도입된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와 건설기계 대여금 지급보증제도를 정착시키고 건설근로자 임금 지급보증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분리발주와 함께 건설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정임금제를 도입하고 직접시공제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오희택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사무처장=분리발주 도입 논의에 앞서 건설공사 직접시공 확대와 종합건설사들이 강요하고 있는 초저가 하도급을 비롯해 체불, 퇴직금 및 4대보험 누락, 불법 외국인력 등 건설현장의 불법, 탈법 근절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

 
◇윤석호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장=분리발주에 대한 이해관계가 극단적으로 다르다. 분할·분리 발주하는 경우 발주처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최저가낙찰제 개선대책에 분리발주 방안도 반영할 계획이다.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만큼 업계의 합의가 필요하고 단기, 중·장기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박원준 코스카 경기도회장=일괄발주는 공사비의 30~40% 이상, 어떤 경우는 50~60% 이상을 일반관리비와 이윤 명목으로 원청사가 공제하고 하도급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하도급자가 온전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시설물을 만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건설근로자의 임금이나 자재·장비대도 제 때 주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리발주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통령도 올해 상반기에 법제화 하겠다고 약속한 사항인데 아직까지 대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전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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