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이라는 국가적 대참사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전체가 얼마나 안전 문제에 둔감했는지 다시 한 번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최저가낙찰제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상, 건설업계도 제2ㆍ제3의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세월호 사건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현재 공사비 30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려다 건설업계와 국회의 강력한 반대로 2016년까지 일단 유보시킨 상태다.

최저가낙찰제는 중소 건설업체나 기업들 간의 과다 출혈경쟁으로 덤핑 수주 및 부실·졸속 공사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값싸고 부실한 원자재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국민들은 사고의 위험에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효용의 그림자’ 뒤에 은신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실공사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시, 예산이 절감되기는커녕 사회적으로 막대한 복구비용과 희생을 치르게 된다.

지난해 건설산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참여업체의 76.1%가 최저가낙찰제가 불합리하다고 언급했었다. 특이한 것은 건설업체와 용역업체(감리/설계/엔지니어링)는 물론 발주기관조차도 77.4%의 응답자가 현행 최저가낙찰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응답했다.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에 대해 이미 현장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가격과 가격 이외의 요소를 함께 평가하여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최고가치낙찰제(Best Value)’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영국은 공개경쟁입찰과 최저가낙찰제를 핵심으로 하는 강제경쟁입찰(Compulsory Competitive Tendering)제도를 노동당의 집권과 더불어 2000년 1월에 전면 폐지했고, 미국 역시 1994년에 FASA(Federal Acquisition Streamlining Act)가 제정되면서부터 미국의 조달정책이 최고가치(Best Value)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었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2005년 덤핑입찰, 품질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공사의 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기술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제는 공사금액에 따라 일률적으로 최저가낙찰제, 적격심사제 등으로 구분하여 적용하는 현행 제도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나아가서는 공사유형, 특성 등에 따라 발주자가 다양한 입찰 방식을 선택·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신규 진입한 경쟁력 있는 중ㆍ소업체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정부는 올해부터 2년간 공공기관의 300억원 이상 발주공사 일부에서 ‘종합심사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종합심사낙찰제의 시행을 두고 입찰가격의 점수(50∼60%)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최저가낙찰제의 적폐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발주처와 시공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종합심사제의 세부 규정 수립과 향후 입법화 과정에서 충분히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심사낙찰제의 성공적인 착근을 기대해 본다.  /김상훈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서구·산업통산자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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