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갑을관계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게 된다.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어떻게 처리할까?

본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2014년 9월까지 공정위에 신고된 사건은 모두 1만47건이었다. 그중에서 공정위의 판단에 의거, 무혐의 등으로 사건이 종결된 건은 7402건(73.7%)이다.

공정위 신고 1만47건 중 ‘유효제재’는 1.9%

공정위가 ‘잘못’을 인정해 경고 이상의 조치를 한 경우는 2645건(26.3%)이다. 공정위의 행정조치는 경고, 시정조치,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고발의 순서로 제재강도가 올라가는데, 경고는 1949건(19.4%), 시정권고는 17건(0.2%), 시정명령은 493건(4.9%), 과징금은 120건(1.2%), 검찰고발은 66건(0.7%)이다. 이중에서 물질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과징금과 검찰고발이 해당한다. 이러한 ‘유효제재율’은 1.9%(186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는 경우는 기대손실이 기대이익보다 클 때이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이 제 역할을 하려면 갑(甲)에게는 기대손실이 더 크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을(乙)에게는 ‘부당함에 굴종하는 편익’보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편익’이 더 크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체계의 현실은 거꾸로 되어 있다. 을이 큰 용기를 내어서 공정위에 신고를 해도 잘못이 인정될 확률은 27.2%이고 갑질을 한 상대방에게 물질적 피해를 주는 유효제재의 확률은 1.9%에 불과하다.

그리고 검찰고발이 이뤄질 확률은 0.7%에 불과하다. 갑 입장에서는 걸릴 가능성도 낮고, 걸려도 불이익을 받을 확률은 고작 1.9%에 불과하다. 갑에게는 참 좋은 나라이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을에게 인센티브 줘야

갑의 기대손실을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적발률’과 ‘적발시 제재의 강도’이다. 불공정거래행위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래당사자만 알 수 있는 ‘은밀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적발률’을 규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피해자에게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피해자인 을 입장에서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인센티브는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공정위가 사실상 ‘전속고발권’을 행사하고 있고, 공정위의 행정조치가 취해지더라도 을 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없다. 경고-시정명령-과징금-검찰고발 중 그 어떤 행정조치도 을에게는 땡전 한 푼 돌아오지 않는다.

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 공정위가 하고 있는 포상금 제도의 적용범위를 늘려서 피해자 을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포상금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해야 한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서울 동대문을·정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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