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경제민주화’라는 거대한 조류를 만났다.

‘경제민주화’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빈부격차를 보다 평등하게 조정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이 요원하다는 취지에서 주장됐으며 당시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각종 대책마련에 나섰다.

실제 2013년 제19대 총선 후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불리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전격 의결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국회가 통과시킨 하도급법 개정안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원도급자의 부당한 단가 인하와 발주 취소, 반품 행위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이슈는 그 이전에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있었으며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에 나서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원도급자가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경우 하도급자는 위탁받은 작업의 내용과 하도급대금 등을 적은 서면을 원도급자에게 통보해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원도급자가 이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은 경우 원래 하도급자가 통지한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소위 ‘하도급계약 추정제’를 하도급법에 명시한 것이다.

하도급 관계에서 원도급자의 서면 교부 의무는 비단 하도급법의 문제만은 아니며 건설산업의 근간을 다루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또한 하도급계약은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공정하게 체결해야 하고 하도급금액과 공사기간 등을 적은 계약서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법령의 취지와 다르게 아직도 원도급자가 우월적 입장에서 하도급자에게 서면을 교부하지 않고 구두로 작업을 지시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고질적·악질적 갑질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많은 하도급대금을 둘러싼 분쟁의 상당부분이 이 같은 서면 미교부에 따른 것이지만 하도급자 스스로 이에 대한 입증자료를 갖춘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설사 입증한다 해도 공사대금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하도급거래 공정화 지침을 통해 추가공사 범위가 구분되고 금액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계약서나 작업지시서 등을 발급하지 않은 경우나, 시공과정에서 추가 또는 변경된 공사물량이 입증됐으나 당사자 간의 정산에 다툼이 있어 변경계약서 또는 정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우는 원도급자의 책임으로 봐 서면 미발급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법은 그 적용범위를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를 상정해 마련한 것으로 실제 건설현장과는 괴리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본 의원은 하도급법에 도입돼 있는 ‘하도급계약 추정제’를 건설산업의 일반법인 건설산업기본법에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건설산업의 수직적·다단계 생산구조에 기인한 불공정거래가 근절되고 하도급업체 등 상대적 약자를 보호하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더 나아가 이 같은 규정과 제재에 앞서 건설산업 생산주체들이 건전한 상식을 바탕으로 견실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생산성 제고에 자발적으로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   /이우현 새누리당 국회의원(경기 용인갑·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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