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한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에 대한 정확한 수요를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도입됐다.

예타는 신규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고 예기치 않은 사업비 증액과 잦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한 재정운영의 불확실성을 차단하며 중도에 사업이 취소되는 것을 방지하는 등 다각적인 목적으로 운용된다.

하지만 본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해 본 결과,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오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예타를 거쳐 수행된 도로와 철도 부문 사업은 각각 275건과 108건으로 총 383건이다.

도로의 경우 275건 중 지금까지 완료된 사업은 20건이며 이들 사업의 42개 구간에 대해 예타 보고서의 예측 교통량과 개통 후 실제 이용 교통량을 비교한 결과 평균 51.1%의 예측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 이상 과다예측된 사업이 20개 사업 중 10개에 달했으며 30% 이상 과소예측된 사업도 8개로 나타나 과다예측뿐 아니라 과소예측으로 충분히 경제성 있는 다수의 사업들이 사장됐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가장 예측 오차가 컸던 사업은 ‘송도해안도로 확장공사’로 예타에서 1일 교통량 예측치는 63만여대였지만 실제 교통량은 12만여대에 그쳐 예측 오차가 무려 79.9%로 나타났다.

반대로 ‘구미4단지 진입도로 건설사업’에서는 1일 예측 교통량이 7만여대였지만 실제로는 13만여대로 나타나는 등 예측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철도도 도로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전체적으로 평균 74.5%의 예측 오류가 발생했다.
예타를 통과한 108개 사업 중 지금까지 완료된 사업은 총 4곳으로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사업’과 ‘경원선 전철 연장사업’,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사업’,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 연장사업’ 등이 그것이다.

기재부 등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총 4개 철도사업 15개 역에서 과다예측이 11개, 과소예측이 4개로 각각 나타났다. 과다예측 11개 역 중에서 9개 역은 50~98%까지, 과소예측 4개 역 중 3개 역은 120~160% 가까이 각각 오류가 발생했다.

철도사업에서 가장 큰 오차를 보인 사업은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 건설사업’으로 예타에서 예측한 1일 승객인원은 30만여명이었는데 실제 개통 후 이용객수는 1/10도 되지 않는 2만8000여명으로 예측오차가 90.7%에 달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센트럴파크역’의 경우에도 당초 예측치는 1일 9만6000명이었으나 실제로는 3000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예타 제도 도입 후 운영이 본격화되면서 과다예측 경향이 상당부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 의원실 분석과 같이 아직도 예측 오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예타를 거친 상당수의 대형 국책사업이 민간자본으로 수행되면서 건설사 등에 대한 수익 보장에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과소예측으로 충분히 추진될 수 있는 소중한 사업들이 사장되는 것 역시 사회적 기회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KDI가 독점하고 있는 예타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범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경기 안양동안을·기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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