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은 수주산업이자 종합산업의 특성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분업 생산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계절적 영향과 지리적 이격성 등으로 인해 개별 건설사가 필요한 모든 인원과 장비, 자재를 상시 보유한다는 것 역시 과다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 같은 건설업의 특성상 하도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설산업에서의 하도급 생산시스템은 선택이 아닌 생존과 번영의 필수적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 같은 협업을 바탕으로 한 하도급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2년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도급자가 하도급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발급한 서류를 보관하지 않는 비율이 각각 14.5%, 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도급자가 특별한 사유없이 부당하게 발주를 취소한 비율도 7.4%에 이르고, 부당하게 하도급 단가를 인하해 지급하는 비율 역시 7.2%에 달하는 등 협업을 기본 원칙으로 한 하도급시스템의 정신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결과는 이 밖에도 원도급자가 하도급대금을 60일을 초과하는 장기어음으로 발행(22.7%)하거나 하도급법 상 지급기한인 60일을 초과해 지급(8.8%)하는가 하면 원재료 가격변동에 따른 대금조정 협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4.8%) 등 불법·불공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원도급자가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감액하는 비율이 20.2%에 이르고 있어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건전한 하도급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하도급자 간 1차 하도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재공급업자와 장비대여업자뿐 아니라 수많은 건설근로자까지 연쇄적인 피해를 받게 되기 때문에 정상적 하도급대금 지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달청은 2013년 2월 ‘하도급지킴이’라 불리는 정부계약 하도급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하도급지킴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물량에 대해 하도급 계약과 대금지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인해본 결과, 지난 3월 기준으로 전체 계약건수의 0.4%, 계약금액의 21.3%만이 이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의원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하도급지킴이가 순기능이 많다는 점에 착안,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공공 조달기관으로 하여금 계약상대자와 체결하는 계약에 있어 하도급 사항을 전자적으로 처리하려는 경우 전자조달시스템 또는 수요기관이 자체 구축한 전자조달시스템을 이용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도급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는 조달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약 1조원의 자금이 이를 통해 지급·관리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용기관도 점차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과 수도권 내 7개 사업지구에서 하도급지킴이를 시범 실시한 결과 효과가 좋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제도의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바람이 불 때 배를 띄우라는 말이 있듯 하도급 지킴이가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 본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안과 같은 더 내실있는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경북 안동·기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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