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로 심각한 가계부채를 꼽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총량뿐 아니라 증가 속도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금리도 오르게 된다면 특히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본 의원실이 지난달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통해 2014년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 가계의 소득보다 원리금상환액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의 경상소득은 2013년 4658만원에서 지난해 4767만원으로 가구당 109만원, 2.3%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원리금상환액은 830만원에서 952만원으로 122만원, 14.7% 증가했다. 소득은 찔끔 늘어난 데 비해 빚 갚는 데 쓴 돈은 훨씬 많이 늘어 가계가 갈수록 곤궁해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3819만원에서 3924만원으로 2.7%(105만원) 늘었다. 가계의 실질 채무상환부담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하 DSR; Household Debt Service Ratio)은 24.2%로 전년보다 2.5%포인트 상승했다.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 494만원에서 2013년 952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계는 5년 전에 비해 매월 40만원 정도를 빚 갚는데 더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DSR은 최근 5년간 8%포인트 늘어났는데, 박근혜 정부 2년 동안에만 5.1%포인트 급증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처분소득은 가구당 28.8%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원리금상환액은 92.7% 증가했기 때문이다. 늘어난 소득보다 빚 갚는 데 쓰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은 가계의 빚 상환 압박은 커지고 소비여력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빚 있는 가구(부채가구)로 한정하면 부채가구의 가처분소득은 4350만원에서 4511만원으로 3.7%(161만원) 늘어났다. 원리금상환액은 1187만원에서 1359만원으로 14.5%(172만원) 증가했다. 부채가구의 DSR은 27.3%에서 30.1%로 2.8%포인트 상승했다. 부채가구는 매월 가처분소득의 30% 이상인 113만원을 빚 갚는데 쓰고 있는 셈이다.

가계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보도참고자료’(2015 가계금융복지조사 주요 내용과 시사점)를 배포하면서, “분할상환 관행 정착 등 질적 구조 개선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가계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의 인식과 전혀 동떨어진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출상환 방법 중 원리금분할상환 비중은 감소(35.5%→34.3%)하고 만기일시상환 비중은 증가(35.8%→37.8%)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됐다는 정부 발표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계 DSR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최고치(13.2%)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내는 부채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가계부채 비율은 금년 말 17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계의 빚 부담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두 배 수준으로 심각한데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개선됐다는 정부의 분석은 신뢰하기 어렵다. 빚만 늘었지 소득은 늘지 않아 가계부채가 심각한 민간소비 위축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가 아니라 소득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정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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