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4년, 배우 김부선 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는 가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첫 폭로한 바 있다.

당시 김씨가 제기했던 ‘난방비 0원 비리’ 문제는 2014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으로 제법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사건 후 서울시는 뒤늦게 김부선 씨 아파트의 난방비 실태를 조사했고, 그 결과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동계 기간 난방비가 ‘0’원인 사례가 실제 300건에 이르렀고 9만원 이하인 경우도 2398건이나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난방비 0원 비리’ 의혹은 국토교통부가 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토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겨울철에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만50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난방비 부과 과정에 비리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실제로 관할 관청의 실태점검에서 일부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난방비를 낮추기 위해 열량계를 조작하거나 고장을 낸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거나, 조작이 있었다 해도 누가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한 확증이 없어 형사처벌까지는 어렵다는 결론이 난 바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후, 사태 해결을 위해 2015년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본 의원실도 아파트 난방비 비리 문제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차원을 넘어 주민들 간에 위화감을 조장시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질서를 무너뜨리는 ‘적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해결책 마련에 골몰해온 바 있다.

그 결과 문제해결의 핵심은 난방용 계량기 관리에 공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정부와 해당 지자체로 하여금 아파트 난방용 계량기 관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게끔 조치하는 내용을 담은 ‘계량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4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와 지자체는 아파트 난방용 계량기를 의무적으로 관리·점검하도록 명시했고, 계량기 고장 사실을 통보받은 경우에는 해당 계량기의 수리 여부 등을 확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계량기 사용자에게도 의무를 강제했다. 개정안은 계량기의 고장이나 결함, 기능장애를 발견하면 산업부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알리고 지체 없이 해당 계량기의 수리 등 개선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명시했다. 만약 이를 위반해 고장난 계량기 등을 방치한 상태로 사용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계량기의 고장이나 결함 등의 사실을 알리지 않거나 수리 등 개선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아파트 관리는 주민자치의 범주로 간주돼 공권력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토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서울지역 300가구 이상 아파트의 2014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1023곳 중 26%인 267곳이 한정의견과 부적정, 의견거절 등 부실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주민자치의 영역에 적절한 통제와 공적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제19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계량법 개정안과 같이 민생과 직결된 법안의 조속한 논의가 시급한 만큼, 국회와 관련 당사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서울 노원갑·국토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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