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나 각종 단체활동을 하는 곳에서 ‘자의 반 타의 반’ 부동산 컨설턴트 역할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집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텐데 집값이 폭락하는 거 아닌가요?” 공교롭게도 질문자들은 전부 무주택자다. 집을 살 여유가 있지만 집값 하락 우려에 사지 않은 경우도 있고 자기자본이 부족해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기가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폭락론. 상당히 자극적이며 흥미를 끄는 소재다. 서점에 가면 대폭락을 다룬 책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폭락론의 논리 전개는 명확하다.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급이 넘쳐나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부동산은 대폭락의 길을 걸을까.

개인적으론 일부 폭락론자의 확신에 찬 주장에도 불구하고 똑부러지게 답을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치의 미래 예측은 가히 신의 영역에 포함된다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이다. 그나마 전망을 제시한다면 “앞으로 20년 동안은 실질가치가 하락한다” 정도일 것이다.

인구의 지속적 감소,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경제,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집을 지어야 하는 건설업체의 속성 등 모든 것들이 경제구조에서 대한민국을 20년 앞서 간 일본의 판박이다. 그래서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면 2018년이 우리나라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시기라는 관측도 상당수 있다. 실제 일본은 1992년 생산가능인구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해부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해 ‘잃어버린 20년’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런 면에서 집값 하락론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 국민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명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폭락론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다. 특히 폭락론이 부동산시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양상들을 도외시하고 너무 논리적인 전개로 움직인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부동산은 거래 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한다. 매입할 때는 취득세, 팔 때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또 대부분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이자도 빠져 나간다. 이 모든 비용들에 대해 집주인은 어떻게 해서든 집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는 게 본능이다. 따라서 물가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가치상의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집주인들이 각종 부대비용을 집값에 ‘나름의 합리성’으로 더하기 때문이다. 다만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실질가치는 인구구조와 경제 흐름상 올해나 내년부터는 서서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수급에 의해 시세가 형성되는 측면이 많긴 하다. 그렇지만 그 밖에도 세금 등 거래상의 부대비용, 매도자와 매수자 간 밀당, 국지적인 개발 수요 유무 등 수많은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 집값이 폭락한다고 확신하고 평생 집을 사지 않을 사람들은 폭락론을 맹신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안정적인 주거가 필수적인 사람이라면 폭락론보다는 부동산 현실론에 더 관심을 갖고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다니며 주거 비용을 가장 아낄 수 있는 편이 더 낫다. 그게 전세면 전세, 월세면 월세, 매입이면 매입을 하라는 말이다. 맹목적 신념은 막힌 무언가를 뚫어내는 청량감을 제공하지만 현실이 그 신념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부동산의 장기적 하락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안정적인 주거 혹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위해 부동산 시장의 오묘한 움직임을 주시하자.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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