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자, 지금은 물건너갔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도권 시장이 얼어붙자 부산의 집값이 2009년부터 연간 10%씩 급등했다. 당시 부산 집값은 20년된 아파트가 저렴한 매물의 경우 평당 300만원 초반대까지 나와 있었다. 바다 조망권에 대한 외지인들의 투자 수요와 함께 집값 저평가에 대한 인식이 공유되면서 전반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던 것이다. 이후에는 오랫동안 가격이 침잠해 있던 대구·광주·울산 등 다른 광역시들로 집값 상승 현상이 확산됐다. 

시장 변수 누적이 경기 변동에 느리게 반영돼 경기 사이클 주기가 긴 특성을 고려해 부동산은 일반인들의 투자 방향과 반대로 가야 한다는 역진론이 설득력 있게 먹히는 이유다.

부동산 타이밍론을 2년간 뜨겁게 타오르던 강남 부동산에 대입하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강남은 필자 나름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의 양대 관점인 가치와 타이밍으로 볼 때 가치는 이미 공인된 상태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이 강남 경기와 정비례하는 게 통념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관건은 타이밍인데 이미 급격하게 매도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은 손절매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주요 부처의 장ㆍ차관 등 고위 당국자들이 전매제한 강화 등의 강도 높은 대책을 언급해 시장에 시그널을 줬고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집단대출 전수조사에 나섰다. 조사만으로도 은행들의 대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끊기기 시작한 거래는 더 얼어붙을 것이다. 분양권 전매를 통해 단기간 과다한 이익을 추구하는 등의 행위들이 모여 올 상반기 가계부채만 54조원이 증가한 게 결국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그 사이 강남에 집 한 채를 소유한 실거주자들이 돈을 번 것은 없다. 호가가 2억~3억원씩 올랐지만 집을 팔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가지 않는 한 그냥 깔고 앉은 집 가치만 오르락내리락 할 뿐이다. 시장을 좌지우지 했던 건 역시나 투자(혹은 투기) 세력이었고 이들이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권에 대한 탐욕의 기운이 부동산 시장을 서서히 엄습해 올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다 거품이 가득 끼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동안 세수를 확대한 공로는 평가를 받겠지만 부동산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는데 억지로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게 국가경제 균형 차원에서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걱정이 앞선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 침체마저 심각해 부동산 과열에 쉽게 손댈 수 없는 고충을 이해는 하지만 도려낼 거품은 도려내야 한다. 그게 자본주의가 쓰러지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란 걸 역사는 증명한다.

부동산에 워낙 관심이 많아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불쑥 부동산중개소에 들러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을 즐긴다. 한 번은 2013년 하반기쯤 개인적인 일이 있어 경기도의 한 택지지구에 갔을 때다. 공인중개사무소 간판 밑에 부동산 거래의 핵심을 꿰뚫은 멋진 글귀가 있어 그 자리에서 바로 외워버린 적이 있다. ‘부동산은 매물을 사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사는 것입니다’. 당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빙하기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을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바로 그때가 부동산을 ‘바닥 바로 위’에서 살 수 있는 최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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