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절단 날 지경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행정부는 멈춰 섰고, 대통령이 국내외 일정을 포기하면서 국정은 공백상태에 빠졌다. 

최순실 사태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 필부(匹婦)가 국정시스템을 무시하고 국정에 개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절친’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는 빌미로 막대한 사익을 챙겼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참을 수 없게 한다. 사익의 최종종착지는 결국 부동산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 등은 강남 빌딩, 강원도 땅 등 수백억원 어치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누나 최순득, 동생인 최순천씨 역시 강남과 부산 등에 1000억원대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최씨의 조카인 정유진씨도 제주 중문단지 인근에 막대한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하면 최씨 일가가 보유한 땅은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이들은 자기 돈으로 투기를 했을까? 많은 국민들은 아닐 꺼라고 보고 있다. 비선실세의 특성상 박근혜 대통령 근처에서 서식을 하면서 그 권력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 등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굳이 많은 종잣돈은 필요 없었을 것이다. 개발의 시대, 귓속에 흘려준 미공개 정보 한마디는 골드바나 다름이 없었다. 푼돈으로 사놓은 개발예정지 땅은 몇년 뒤 엄청난 자산으로 되돌아왔다.

당장 여권인 새누리당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유섭 의원은 최순실의 하남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가 지난해 판 경기도 하남시 부동산은 인근 시세보다 최대 8억3000만원이나 비쌌는데, 이는 국토부의 미공개 수도권 개발정보를 청와대를 통해 미리 얻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 의원은 “사법당국은 최 씨의 부동산투기 행위 의혹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정부는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과열된 강남 부동산을 시의 적절하게 식힐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이 원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13개가 넘는다. 거의 3달에 한 번씩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대책이 그만큼 잦았다는 얘기는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국민들이 부동산 정책에 갖는 냉소는 공정치 못했던 부동산정책의 탓도 있다. 역대 정부가 뱉어낸 수많은 부동산 정책 이면에는 내부 정보로 이권을 먼저 싹쓸이 하는 실세에 대한 의혹이 매번 뒤따랐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에도 권력실세들이 4대강 주변을 싹쓸이 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최순실 사태는 결과적으로 이같은 의혹이 일정부분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최씨 일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어찌됐던 국민들은 한동안 부동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그만큼 정부도 부동산정책을 펴기가 어려워졌다. 최씨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신었던 프라다 신발과 토즈 가방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 명품들은 결국 부당하게 축적한 부동산의 결과물이 아니겠는가.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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