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해외건설은 저유가와 이란 경제제재 가능성 등 부정적인 요인이 커질 수 있으나,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확대해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설마 하던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지난 10일 우리 경제의 총사령관과 건설·주택 정책의 선봉장이 각각 내뱉은 말이다.

아무 근거 없는 낙관론과 추측이다. 삼척동자라도 말과 글을 알면 수도 없이 보고, 듣고, 되뇌었을 ‘위기가 곧 기회’라는 바로 그 관용구다. 두 정책 수장의 같은 날 똑같은 말을 들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트럼프가 미국 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 그 과실을 따 먹을 기회를 한국에 줄까?

설마. 그럴 리가 없다. 혹시 모르겠다. 미국 건설사가 100원에 지어야 하는 다리를 10원에 한국 기업이 해준다면 줄 것도 같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쩌면 이렇게 트럼프 당선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있나 싶어 화가 치밀었다. “이게 나라냐”고, 혼잣말이 나왔다.

트럼프의 당선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키우는 대형 악재다. 초대형 악재다. 이른바 모든 것을 쓸어버릴 수 있는 ‘퍼펙트 스톰’이다. 그래서 기회는커녕 ‘역대급’ 위기일 뿐이라고 해야 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철저한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한미FTA가 양허 중지되면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철강 등이 줄줄이 직격탄을 맞는다.

트럼프가 워낙 좌충우돌, 정제되지 않은 정치·외교 문외한이라 또 어떤 말로 한국을 흔들지 모른다. 이렇게 트럼프는 예측 불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단어로 치면 ‘혼이 비정상’인 사람일 수도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가뜩이나 작금의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국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 나라의 리더십이 사라졌다. 아무리 대통령이 하야 아니면 탄핵이란 양 끝단에 매달려 있다 한들, 최고의 전문성과 경험을 자랑하는 공직 사회의 최고봉에 오른 장관들이 이렇게 쓸 데 없는 말을 내뱉어야 쓰겠나.

국민은 안다. 두 번 나온 박 대통령의 사과가 공허하듯 유일호 부총리의, 강호인 장관의 말이 공허하다.

경제 리더십이 무너졌다. 이렇게 해서는 점점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는 ‘트럼프 태풍’에 버틸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수백,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각각의 위기 시나리오에 입각한 매우 세밀한 대응 매뉴얼이 없으면 제 아무리 우주의 기운이라도 우리 나라를 돕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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