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난파 직전의 한국 경제가 처한 엄혹한 현실이다. 내부적으론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탄핵 국면으로 국정이 올스톱됐다. 외부적으론 자국 이익에 기반한 고립주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무역에 근간을 둔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전망이다.

안팎의 사정은 풍전등화인데 경제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 됐다. 경제부총리는 역대 가장 존재감 없는 한 명으로 평가받는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게다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면서 두 상전을 모셔야 하는 공무원들은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불편한 동거는 끝나지만 유 장관의 재임 기간은 더 길어져 평가손익에서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경제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기획재정부 사정도 별반 다름없다. 실무를 총괄하는 최상목 1차관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최 차관은 지난해 10월 21~24일 미르 설립 관련 회의에서 “아직도 출연금 약정서를 안 낸 그룹이 있느냐. 명단을 달라”고 한 데 이어 “롯데도 출연기업에 포함시키라”고 독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관실은 롯데ㆍSK그룹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녹록치 않은 대내외 경제 환경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가 확실시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3.0%에서 2.6%로 대폭 내렸다. 세계교역 회복 지연의 큰 흐름 속에서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 등 휴대전화 산업에서의 문제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요인으로 들었다.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 곳은 현재 정부밖에 없다.

인위적 부양으로 떠받치던 부동산 경기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결국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로 관리 국면에 들어갔다. 당분간 부동산시장 냉각기가 불가피해졌다. 대표 제조업인 자동차산업도 내수 감소와 해외 제조업체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로 비실대고 있는 한국경제의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시켜 줄 것으로 믿었다. 대기업 자산에 비례된 각종 재단의 출연금 액수와 전국 각지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설 때 관치의 의구심이 갔지만 그래도 다 경제를 위한 것이라고 애써 눈감았다.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현대상선이 살아남은 사실이 이상했는데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쫓겨난 것을 보면서 경제논리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피어 올랐다. 똑똑하기로 소문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민간기업인 CJ 부회장의 퇴진을 대놓고 겁박했다.

어느 순간 한국 경제는 병약할 대로 병약해져 중환자실에서 꼼짝 못하는 신세가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저출산ㆍ고령화 탓에 구조적 저성장이 불가피하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그리고 대통령이 인선을 잘못해서) 나라 경제가 망가졌다는 자괴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대통령 단죄와 별개로 추락한 한국 경제와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어떻게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의 민심처럼 국민이 중심을 잡고 다시 나라와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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