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의 한 해가 저물었다. ‘不止’와 ‘不知’의 2016년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최소한, 적당히 그칠 줄만 알았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지 못한 결과가 나라를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한 얘기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가 밝았다. 닭은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이번 ‘새해’는 기어코 새 희망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암울하다. 나라 안팎에 암초가 널려 있다. 오는 20일 출범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천명했다. 미국은 한국의 제2의 교역국이자 안보문제를 포함하면 대체 불가능한 제1의 우방이다. ‘이웃’ 중국은 이런 미국에 정면으로 승부를 겨뤄보겠다는 태세다. 양국이 싸우면 우리는 어디에 서야 할지 판단이 안 선다. 여기에 ‘주적’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무리 단계”라고 과시한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민생이 깜깜하다. 1300조원에 이른 가계빚의 ‘폭탄’이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북핵보다, 미·중 대결보다 우리 경제에서 더 큰 폭발력을 가진 뇌관이다. 경제에는 비관론이 판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 2.6%다. 정부 입으로 2%대 저성장 고착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성장 일변도를 달린 대한민국이 3%도 안 되는 목표를 설정하고 한 해 마라톤을 시작하고 있다.

손 써보지도 못하고 경제와 안보의 ‘2중 위기’를 코앞까지 들인 모양새이다. 위기는 언제고 있었다. 하지만, 예방접종이나 빠른 처방을 했으면 가볍게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를 독감을 합병증까지 걱정하게 만든 건 누구 때문인가. ‘국가 지도층’의 죄가 크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국가 개혁의 대업(大業)에 나서는 일에 무관심했다.

이 무책임한 세력에 빌붙어 이익을 취했던 대기업 집단도 각성해야 한다. 권력의 입김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쾌척한 행태는 1970~1980년대의 정경유착이 여전히 횡행함을 보여줬다. 후진적 병폐와 ‘세계 초일류 기업’이란 타이틀은 엇박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월1일 “한국에서 정치와 기업의 합작이 손가락질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끄럽다.

그렇기에 2017년에 이뤄야 할 ‘변화’는 나라의 존망을 좌우할 문제다. 국민의 ‘새 희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가 중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중하다. 하루에 2000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한다고 한다. 경제성장 목표는 2.6%지만 그마저도 불확실하다. 특히 심리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는 올해 초 재정에서 13조원 이상, 정책금융에서 8조원 등 총 21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전체 예산 가운데 1분기 조기집행률도 역대 최고 수준인 31%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가히 재정·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경제 위축을 막겠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대선의 해다. 이는 대한민국을 리셋할 기회라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에는 특히 그래야만 한다. 5년마다 치르는 의례적인 정치 이벤트여선 안 된다. 누가 집권하든 썩은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경제 체질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기회가 줄고 불공정한 경쟁이 만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편법과 특혜를 낳는 정경유착이 가장 먼저 추방돼야 할 적폐다.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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