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업자와 수급업자가
합의계약으로 위탁을 취소했어도
정당한 보상이 되지 않았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으로 본다”

원사업자는 부당한 위탁취소나 변경, 수령거절이나 지연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하도급법 제8조에 명시돼 있다. ‘부당한 위탁취소’란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자의로 위탁을 취소하거나 위탁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부당한 ‘수령의 거부’와 ‘반품’이 포함된다. 수령의 거부란 납품 시기 및 장소에서 목적물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행위를 말하고 반품이란 수령한 후에 목적물을 수급사업자에게 되돌려 보내는 행위를 말한다. 

부당한 위탁취소가 성립하려면 ①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어야 하고 ②원사업자가 위탁을 ‘임의로’ 취소해야 한다. ‘수급사업자의 책임 있는 사유’ 및 원사업자의 ‘임의성’이 부당한 위탁취소인지 정당한 위탁취소인지 판단하는 사유가 되는데 여기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라는 것은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나 수급사업자가 계약내용을 위반해 계약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①수급사업자에게 파산, 회생절차의 신청 등 경영상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②수급사업자가 감독관청으로부터 영업취소,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은 경우 ③ 수급사업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목적물 등의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의 착수·착공을 거부해 납기에 완성·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④수급사업자가 목적물 등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공정·공법 등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하고 그 위반으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임의로’ 위탁을 취소하는 행위라는 것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와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위탁을 취소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①위탁취소의 사유가 해당 하도급거래 계약서에 규정돼 있고 위탁취소가 위 계약서에 따른 내용 및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여부 ②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에 실질적인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 (이때 실질적인 협의 여부는 위탁취소의 사유 등이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어긋나거나 협의과정에서 원사업자가 사회통념상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인정되는 수단·방법을 사용한 것인지 여부 및 협의과정이 충분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만약 원사업자의 사실상의 강요에 의하거나 수급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저해된 상태에서 합의서가 작성되는 등 합의의 진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③원사업자가 위탁을 취소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입을 손실에 대해 양 당사자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정당한 보상을 하고 위탁을 취소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따라서 합의서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사업자의 사실상의 강요에 의하거나 수급사업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저해된 상태에서 합의서가 작성되는 등 합의의 진정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그런데 위탁과 그 취소가 일어나는 현실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와 관련해 원사업자의 위탁취소가 수급사업자의 책임에 일부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책임에 근거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사례에 의하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가 요구하는 검사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위탁취소를 한 사안에서 원사업자가 시장선점목적에서 서두르는 바람에 시간이 극도로 부족했고, 수급사업자의 납기 미준수 또한 원사업자의 불명확한 검사기준 및 추가 요구사항 증가로 인해 위탁취소 시점까지 수급사업자가 검사절차를 통과하지 못했으므로 수급사업자의 귀책이 없다고 한 것이 있다(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114-134호). 

위탁취소의 임의성과 관련,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위탁취소를 하지 않고 수급사업자와 합의해 취소하는 경우 등에는 책임 소재와 임의성 문제가 더욱 불분명해진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사례로 보면, 수급사업자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와 불성실공시 문제 등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원사업자와 대등한 입장에서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원사업자의 우월한 거래상 지위로 인해 수급사업자는 위탁취소와 관련한 원사업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위탁취소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새로 위탁을 했다는 것이 위탁취소금액의 27%에 불과하다면 정당한 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비록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합의계약에 의해 위탁을 취소했다고 해도 이는 원사업자가 위탁을 임의로 취소한 것이라고 보았다(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114-134호). 

결국 원사업자의 위탁 취소행위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라면 하도급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공정위의 판단이 옳다고 여겨진다. /법무법인 고구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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