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건설업 혁신 3不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지목한 3不은 불(不)공정한 하도급, 근로자 불(不)안, 그리고 부(不)실 공사다. 불공정 하도급을 근절시키기 위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도입을 확대하고 부실공사를 한 하도급 업체를 제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부문은 근로자 불안을 없애기 위해 7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서울시 건설현장 적정임금 지급 의무제다. 서울시는 현장 근로자 적정임금은 시중노임단가 이상이라 했다. 서울시는 현행 임금이 시중단가보다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불만이 크다고 보는 것 같다. 근로자의 이런 불만을 없애주기 위해 서울시 발 ‘적정임금 지급’을 의무화시키기로 했다.

적정임금은 혹은 통용임금, 통상임금 등 여러 형태로 해석된다. 현행 최저임금제는 산업과 직업, 직종에 구분 없이 지급하는 시간당 최소 임금이다. 이에 반해 적정임금제는 산업과 직업, 직종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국내 건설 근로자에는 146개 직종이 있다. 직종별 임금 폭이 크다. 최저에서 최고 임금에는 3.9배까지 차이가 난다.

일반 공사의 직종 평균임금은 일일 8시간 기준 16만9999원이다. 국내 건설 근로자들의 월평균 작업 일수는 18일이지만 6개월 미만 고용자 비중이 65.6%다. 건설 근로자에게 일당보다 근무일수가 더 중요하게 보인다. 일당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3670만원이다. 국내 전체 근로자의 평균 급여보다 470만원이 더 높다. 이 정도면 4인가족 최저생계비보다 1.37배나 높다. 단순 통계로만 본다면 시중 노임단가보다 건설 근로자에게만 더 높게 주라는 제도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근로자에게 임금을 올려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와 근로자가 요구하는 게 뭔지를 만족시켜야 명분이 있을 것 같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시중노임단가와 숙련도를 감안해서 한다는 응답이 77%다. 현장의 근로자가 요구하는 것은 직업 안정이 60%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임금 인상이라는 응답은 29%에 불과하다. 일당은 높아 보이지만 일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6개월 미만으로 고용되는 비중이 65.6%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일당은 분명 높지만 일하는 작업일수가 50% 이하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3명 중 2명이 임금 인상보다 직업 안정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서울시가 근로자 보호를 위해 시중 노임단가보다 높게 주기 위해 도입하는 적정임금제는 실효성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 서울시가 선택한 적정임금제 도입 강제화는 현행 노임이 낮다는 점을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중노임단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액을 직종별로 평균한 금액이다. 숙련도에 따라 단가가 올라가는 근로자에게는 오히려 적정임금제로 인해 합법적으로 삭감될 가능성이 있다. 평균가격보다 높게 받을수록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숙련도와 무관하게 전체에게 평균 가격을 지불하라는 것은 숙련도를 무력화시킨다. 근로자의 불만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작업일수를 넓혀줘야 한다. 작업일수를 넓혀주기 위해서는 기업들에게 일감을 넓혀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공공공사에 대한 투자를 현재보다 대폭적으로 늘려야 한다.

기업에게 시중단가 이상 임금 지급을 제도적으로 강제한다면 발주자인 서울시도 기업에게 예정가격을 높여주거나 혹은 낙찰률의 하한선을 강제하는 게 맞다. 건설업체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지 않으면서 근로자에게만 평균값 이상을 지불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불공정거래다. 서울시는 건설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게 확실해 보인다. 부당이득 취득 여부는 국세청이 가려낼 일이지 서울시가 짐작만으로 단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국내 건설업체의 순이익률은 1% 이하다. 더구나 3년 전에는 적자였다. 

1931년에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했던 적정임금제도에 대한 확실한 이해도 필요하다. 세계 대공황의 진원지였던 미국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반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시기다. 정부재정을 풀었던 이유는 산업체보다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산업체의 부당이익을 막기 위한 목적보다 근로자 생계를 위한 것이었다. 근로자에게 직불이 아닌 산업체들에게 충분한 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적정임금제 도입 원조국이지만 아직도 20개주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근로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근로자의 작업일수를 넓혀주도록 투자를 확대해 산업체들에게 일감을 주는 게 우선이다. 일감 부족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에게 임금을 높여주라 강요하는 것은 범법자로 내모는 것과 같다. 내국인 근로자 보호가 오히려 외국인 불법 고용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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