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길 저 편에 어떤 복병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이유로 길이 갑자기 막히거나, 한참 가봤더니 잘못 들어선 길이라면 아쉬워도 돌아서야 한다.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나오는 길은 또 그만큼의 손해와 좌절을 경험해야 한다. 야당을 중심으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전월세상한제 등이 그런 길일 것 같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가계비용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를 줄일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와 월세의 인상률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임대차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9개나 돼 전월세 인상률이나 계약갱신 기간은 앞으로 더 논의돼야 결정되겠지만 대충 각각 5% 이내와 최대 4년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전월세상한제 등의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이 아니지만, 이번엔 실현 가능성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탄핵 정국의 여파로 야당 우세가 점쳐지는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졌는데, 야당은 또 국회 다수당까지 차지하고 있어서다.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고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법으로 보장해 주는 것, 일견 좋은 듯 보인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하면 이게 과연 자본주의 경제의 시장 논리에 맞는 발상인가 걱정스럽다. 왜 사인과 사인이 거래하는 ‘물건’을 정부가 잣대를 들이대 규제하느냐는 원론적인 질문부터가 시작이다. 재산권도 주거권처럼 마땅히 보호돼야 할 국민의 권리다.

사적 계약인 주택임대차 계약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면 주택 시장이 왜곡되고 집주인들의 임대사업 의지를 꺾어 임대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단기적으로 의도된 반대의 전셋값 급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답은 가보지 않은 길이 아닌 이미 가고 있는 곳에 있을 수 있다. 민간 영역이 아닌 공공성이 가미된 주택에 대해서 임대료를 확실하게 통제하면 된다. 또 그런 공공임대주택을 늘려 지으면 된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 역대 최대인 12만50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했다고 한다. 역대 최대라지만, 주거 취약계층·저소득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실적은 미미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윈회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대표적 장기공공임대주택인 국민임대,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3만3000여호로 전체 공급실적의 27%에 불과했다.

주거비용 상승이 경제활동 허리계층인 30대와 40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들 연령층의 생산성과 소비 성향은 다른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다. 때문에 이들의 주거비용 상승은 소비위축으로 내수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월세상한제 같은 단기적·지엽적인 처방으로 대처하면 안 된다. 과한 규제는 한국처럼 선진국 진입을 문턱에 둔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 수단이다. 규제보다는 이들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활성화하는 등 임대차 시장 인프라 개선에 매진해야 할 때다. /세계일보 기자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