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정책 이슈선점 경쟁은
 또 다른 갈등 불러올 가능성 커
 이젠 새로운 법·제도 개발보다
 실행 안된 과제중 효과 큰 것을
 되찾아오는 경쟁이 절실하다”

예상보다 빨리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국가 최고 통치권자 선거가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비정상적인 절차로 결론이 났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 대통령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물러나는 셈이 돼버렸다. 여기까지는 팩트다. 후임 대통령이 되기 전 통상 60일 동안 주어지는 인수위 구성도 어려워 질 것 같다. 벌써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 후보군이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누가 선출되더라도 차기 정부는 새 정부 수립에 준할 만큼 격동적인 사태를 맞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필자의 예견이다.

작년 12월부터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각종 협․단체, 학술단체와 연구기관들이 경쟁적으로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 아젠다를 개발하여 발표하고 있다. 건설 정책의 책임이 어느 후보, 어느 정당으로 갈 것인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정당의 정책그룹이 건설 정책 혁신에 관심을 가질지 에도 확신이 없는 상태다. 건설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이탈표가 늘어나지 않을까를 우려하는 정당도 보인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의 발언 내용을 보면 국가의 미래나 경제 성장에는 그다지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자극적인 발언으로 이목을 모아 놓고 보겠다고 꽹과리 두들기는(noise market) 전술만 눈에 띈다. 시민들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 매몰되어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누가 이 나를 끌고 가야 할지에는 극단적으로 의견이 갈려져 있다. 통치권자의 리더십보다 덜 싫은 후보가 더 낫다는 인식이 지배하는 형국이다.

차기 정부의 건설 정책 이슈 선정 경쟁과 최근 국회의 입법 활동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심각한 사태를 예견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갈라진 민심과 정당간의 갈등, 그리고 이해집단들의 무차별적 주장, 여기에서 불에 기름을 쏟아 붙는 국회의 입법 활동은 상당기간 갈등이 불가피하게 발생 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한국의 법과 제도는 포지티브 방식이다. 모든 것을 법과 제도에 담아야 가능한 구조다. 30년 이상 중앙공무원 생활을 한 어느 공직자의 말처럼 공무원은 법대로 집행 할 뿐이라 한다. 법과 제도가 두꺼워 질수록 공무원의 일도 늘어난다.

새로운 법이나 제도나 개정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기존의 법과 제도에 덧씌우기로 나타난다. 법과 제도 간에 상충 작용이 일어나도 개별 법안제안자는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국회의원 개인이 개별 입법기관이라 주장한다. 타 법과의 관계는 자신의 알바가 아니라 주장한다. 법과 제도로써 세상을 바꿔 놓겠다는 포부를 밝힌 의원과 보좌관도 있다. 시장 경제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법을 만들려면 기존의 법 2개를 폐기하라 주장할 만큼 법과 제도가 국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의 미래가 어둡게 보이는 이유다. 국가와 산업의 운영시스템 혁신보다 법과 제도 덧씌우기가 얼마나 큰 피해를 미래 발전에 야기하게 될지를 분명하게 실감하기 때문이다.

정치 포퓰리즘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후유증은 수년 동안 지속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는 쉽지만 개정이나 폐지가 훨씬 어렵다. 선진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전략을 산업과 협력해 급속도로 대응해가고 있다. 우리는 미래가 아닌 과거 적폐와의 전쟁에 몰입하고 있다. 융합과 인공지능이 대세라고 어느 후보는 한껏 주장한다. 그런데 주장은 주장 일뿐이다. 자동차를 기계산업이라 분류한 것은 이미 과거다. 기계와 전자, 통신이 결합된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계산업이 아닌 새로운 산업으로 변했다. 스마트 도로도 자동차와 도로, 전자와 정보, 통신이 융합돼 기존 도로의 연장이 아닌 전혀 새로운 도로로 변신하게 된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에 학교와 주거, 호텔, 행정기관과 쇼핑 및 문화시설이 같은 공간에 들어선다. 단일 건물이 아닌 수직 도시로 변하고 있다. 농장이 논·밭에서 건물 속 농장 건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기존의 법과 제도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새로운 법과 제도가 양산되고 있다. 의정활동 평가에서 득점을 얻겠다는 이기심만 더 커 보인다.

포지티브 법과 제도는 변화 속도를 절대 따라갈 수 없다. 주장이 아닌 확신이다. 우리나라만 예외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사드배치와 중국의 무차별적 보복을 염려하는 것은 세계 속에 우리만 홀로 갈 수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이슈 선점 경쟁을 법과 제도 폐지 경쟁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정책 과제를 개발하려 노력하기보다 실행이 안 된 과제에서 효과성이 큰 것을 되찾아 오는 경쟁이 오히려 더 효과적 일 수 있다. 법과 제도를 넓이기보다 좁히는 경쟁이 미래를 위해 바른 길이 아닌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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