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임시국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당초 계획보다 1만호를 늘려 12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12만호에는 매입임대 1만6000호와 전세임대 3만4000호가 포함돼 있다. 전세임대는 과연 공공임대의 범주에 들어갈까?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시계를 잠시 2016년 국정감사 때로 돌려보자. 국토부는 공공임대 공급실적을 내놓은 업무보고 자료에 매번 빼놓지 않는 문구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실제 그런지 통계 자료를 국토부에 요구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2015년까지 박근혜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승인은 총 34만248호였다. 유형별 사업승인 순위를 보면, 1위 전세임대 9만3697호(27.5%), 2위 공공임대 9만2323호(27.1%, 5년·10년 뒤 분양전환), 3위 행복주택 6만4255호(18.9%), 4위 국민임대 3만9143호(11.5%), 5위 영구임대  7462호(2.2%) 순이다.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지만 사실상 재고 임대주택으로 볼 수 없는 전세임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다. 또한 영세 서민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영구·국민임대주택보다 향후 분양주택으로 전환하게 되는 5년·10년 공공임대주택이 두 번째로 많았다. 두 가지 유형은 전체 사업승인의 절반이 넘는 54.6%를 기록했다.

그런데 전세임대는 엄밀한 의미에서 임대주택 ‘재고’라고 할 수 없다.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에 포함되지만, 공공이 해당주택의 소유권을 갖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주거복지 보조수단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임대차 형태가 전세에서 월세로 급속 전환되고 있다. 전셋값은 매매가의 70~80% 수준이다. 현재 전세임대 지원 범위는 최대 9000만원을 넘지 않는데, 이 금액대로는 전세물건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전세 자체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세임대 실적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실적에 넣고 역대 최대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감소를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부채문제로 시달려 온 LH는 당초 주택도시기금에서 돈을 빌려 전세임대 입주자에게 지원하던 방식을 2014년 전면 조정했다. 기금에서 돈을 빌리는 형식이므로 부채였던 것을 수탁업무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2014년까지는 LH가 전세임대 입주자에게 기금을 지원하면 할수록 그 금액만큼 부채가 쌓였지만, 단순 수탁업무로 전환됨에 따라 더 이상 부채가 아닌 게 됐다. LH는 이런 방식으로 2017년까지 감축한 부채가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H는 부채 부담 없이 전세임대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정부도 나쁠 게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전세임대도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공공임대 실적에 포함시킬 수 있다. 굳이 신규 공공임대아파트를 많이 짓지 않아도 전세임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높은 실적을 자랑할 수 있다. 정직하게 서민을 돌보지는 않고 자기들끼리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정부와 LH가 서로 자기들의 편익만 위하는 사이에 서민 주거안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는 국민임대아파트와 영구임대아파트가 나란히 4, 5위로 밀려난 박근혜 정부 3년 사업승인 순위에서도 잘 나타난다. 기형적인 전세임대 증가로 공공임대실적은 왜곡되고 서민 주거안정은 후퇴하고 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제대로 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대한민국의 주거복지정책을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5%에 지나지 않는다. OECD 국가 평균 재고율의 절반 수준이다. 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주거환경이 양호한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공급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갑,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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