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세월호가 인양됐다. 바다 밖으로 나온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 진흙투성이에 선체 곳곳은 금이 가고 깨졌다. 선체 겉면에 ‘SEWOL’(세월)이라 적혀 있던 영문은 지워져 흐릿했다. 저 배로 인해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아직 수습도 하지 못했다.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탐욕이다. 무리하게 배를 증축했고,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너무 부족했다. 증축을 할수록, 평형수를 뺄수록 짐과 승객을 더 실을 수 있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세월호 2층 화물칸 외벽이 철제가 아닌 천막으로 돼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돈을 더 벌기 위한 무리한 증축, 과도한 적재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적폐였다. 설계를 무시한 증축과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화물차의 적재는 갖가지 사고를 일으켰다. 1990년대 발생한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대표적이었다. 1994년과 1995년 잇달아 서울서 발생한 두 사고는 성장우선 시대가 남긴 부작용이었다. 한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더는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말도록 하자고 단단히 다짐했다.

하지만 20년 만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가 과연 환골탈태했었나 되묻게 된다. 무리한 증축과 과다적재는 물론이고 허술했던 구조작업, 우왕좌왕했던 사고수습은 국민들에게 ‘우리가 저 수준밖에 안 되냐’며 자괴감을 심어 줬을 정도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방송통신이 발달하면서 참사현장은 더 생생해졌고, 잔인해졌다. 국민들이 받는 충격도 더 커졌다.

100층이 넘는 롯데월드타워까지 세운 지금, 우리 건축물은 정말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롯데월드타워도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였다. 개장을 앞둔 지난 3월19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돌발 사고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39명의 승객은 정식 개장을 앞두고 초청된 임직원 가족들이어서 체면을 구겼다. 앞서 문을 연 롯데월드몰의 영화관과 아쿠아리움도 진동과 누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5개월 동안 영업이 중단됐다. 건설사 측은 “큰 문제가 없다”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다.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불신은 타 건축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건물주는 건설사를, 건설사는 건물주를 믿지 못한다. 고객은 건설사와 건물주를 믿지 못한다. 아파트 입주 때마다 종종 부실시공 논란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신뢰상실이 모여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어디 건축물만 잘못됐겠느냐 싶은거다. 내가 타는 승용차도, 내가 먹는 음식도, 내가 입는 옷도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거나 부실할 것이라 의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불신이 극에 달하면 한국이라는 공동체는 유지되기 어렵다.

철근 한 줄, 전선 한 줄 빼돌리면 수익이 늘 거라고 생각하는 건설업자가 지금도 있을 수 있다. 계약한 자재 수만큼을 쓰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내가 챙긴 몇푼 부당이득의 대가는 의외로 혹독할 수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훼손시키는 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인양된 세월호 처리를 놓고 의견들이 엇갈린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미수습자 9명의 수습을 위해 분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일반 유가족들은 원형을 유지하면서 사고원인을 밝히자는 쪽이다. 어느 쪽도 앙금이 남지 않게 충분히 조사하되, 세월호 원형만큼은 남겨서 한국 사회를 반성하는 추념물로 남겼으면 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호로 끝나야지 더는 재현돼서는 안된다. 건설업계는 말할 것도 없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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