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이 넘는 역사와 7000억 달러가 넘는 누적 수주를 기록해 온 해외건설이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잇따른 정부 규제와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내 주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수주액은 282억 달러로, 전년(461억 달러)보다 38.9%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 2007년 398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0년 2배 가량 증가한 716억 달러를 거둬들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2014년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2015년에 전년 대비 30%가량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지난해는 이보다도 더 하락하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또 한국신용평가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림건설, GS건설 등 국내 주요 9개 대형건설사의 수주잔고 중 해외 수주잔고 비중이 2014년 51%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45%, 2016년(9월 말 기준) 41%로 매년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에서의 손실을 국내 주택 실적으로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해외건설이 한국 경제를 주도하던 시절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대형 건설사들의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 들리자, 해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업무보고를 통해 해외건설 전담지원기구 설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해외건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소식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이나 노력들이 대부분 보여주기 혹은 생색내기용으로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억 달러 규모로 출범한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인프라 수주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인프라펀드(GIF)’와 ‘KOIF’ 등 건설특화펀드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정부 주도 인프라 펀드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KOIF는 단 한건의 실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GIF는 총 4건, 평균 410억원 규모의 투자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나, GIF가 설립된 시점이 2008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조한 실적이다. 

일반적인 상황이 이러하니 중소 규모의 업체들이 대부분인 전문건설업계 입장에선 정부지원이 단지 화중지병(畵中之餠)일 뿐이다. 심지어 중소 건설사들은 해외진출 시 각자도생의 길을 알아서 마련하라는 시그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 의지에도 이처럼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펀드의 초점이 ‘지원’이 아닌 ‘수익’에 맞춰져 있어, 조건이 까다롭고 사실상 건설사들이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시장에 대한 철학이나 고민없이 급조된 정책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금 해외건설은 수주절벽의 지속이냐 새로운 활로 개척이냐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시점에서 추진되는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논할 필요도 없다. 해외건설을 위한 정부의 각종 노력이나 지원이 보여주기나 생색내기용이라는 불편한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업계 등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지원 방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경쟁사인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열한 해외시장에서 한국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광주시 을,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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