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거래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한 용역을 수행해 다시 원사업자에게 납품·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거래 형태를 말한다. 하나의 기업이 제품생산 및 서비스 공급을 위한 모든 공정을 수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일종의 분업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하도급거래는 산업구조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각 필요 공정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평등한 성격을 내재하고 있어 많은 부작용을 유발하는 거래 형태이기도 하다. 선택권을 가진 소수의 원사업자들은 거래상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으며, 다수의 수급사업자들은 원사업자로부터 일감을 받기 위해 일정 부분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적나라한 ‘갑질’의 실태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도급거래 현장이다. 

그중에서도 ‘대물변제’는 중소 수급사업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대표적 불공정거래행위로 꼽혀 왔다. 대물변제란 하도급거래 대금을 현금이 아닌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거래대금은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원사업자들이 거래상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거래대금을 물품으로 대납하는 불공정한 거래행위들이 암암리에 지속돼 왔다. 이러한 대물변제는 가뜩이나 만성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 수급사업자들의 재정여건을 악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할 불공정거래행위로 꼽힌다.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함으로써 대물변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하도급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내심과 달리 대물변제를 원하는 것으로 의사표시를 하도록 강요함으로써 합법적인 대물변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원사업자의 대물변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존의 계약을 파기하거나 신규 거래에 제한을 주는 등의 불이익이 발생하자 수급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물변제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본 의원은 2016년 7월, 법 조항 중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해 하도급대금에 대한 대물변제의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를 거쳐 2017년 3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급사업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물변제가 금지되기 때문에 수급사업자의 권익이 보다 폭 넓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금 또는 현금성 결제방식으로만 대금을 지급받게 돼 만성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 수급사업자들의 원활한 자금순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원사업자의 부도, 파산,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대물변제가 가능하도록 예외적 허용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해 정상적인 대금결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최소한의 피해구제 방안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하도급법 개정안 통과는 상생(相生)이라는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대결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이다. 원사업자가 없다면 수급사업자는 일감을 찾을 수 없을 것이고 반대로 수급사업자 없다면 원사업자는 원활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 개정안은 원사업자들을 규제하려 만든 것이 결코 아니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잘 살자는 상생의 의미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인도의 격언 중에 “형제의 배가 항구에 도착하도록 도와주라. 그리고 살펴보라. 그러면 당신의 배도 무사히 항구에 도착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바른정당 의원(부산 사상구, 안전행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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