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와 도시 인프라가 열악한
인도 건설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하지만 고성장의 인도에 진출할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인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인도 첫 방문에서 인도에서 볼 수 없는 두 가지를 봤다. 첫 번째 없는 것은 인도(人道)였다. 도로에 분명 차도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만 인도는 노점상들이 점령했다. 사람들은 차와 함께 차도를 인도처럼 활보한다. 무질서 속에 그래도 인도식의 질서가 있다. 인도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게 도로횡단이다.

두 번째 없는 것은 인도식(式)이 없다. 인도는 29개 주와 7개 직할시, 180개 언어, 그리고 헤아리기 힘들 만큼 다양한 민족이 구성하고 있다. 힌디어 사용 인구가 40%라고 하지만 지역으로 편중돼 공식 언어가 없다. 구글조차 인도어 번역서비스가 없다.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영어를 사용한다지만 인도의 공식 언어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있지만 29개의 주가 독특한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29개 주 안에서도 시와 군, 그리고 건설시행 주체별로 서로 다른 절차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인도보다 넓지만 중국식이 있다. 인도에는 현지식이 있을 뿐이다. 

인도 경제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등장으로 최근 2년간 7%를 넘는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중간평가 성격의 의회선거에서도 압승했다. 2016년 11월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이 큰 후유증을 낳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국민은 모디 총리를 지지했다. 모디 총리는 ‘make in India(제조 강국 인도)’ 슬로건을 내세우고 인도 경제개혁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fix America(미국 고치기)’를 내세우고 당선됐다. 짧지만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도는 흔히 ‘next 혹은 post China(차세대 중국)’로 불릴 만큼 세계가 주목하는 신흥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인도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현지 한국인들의 시각이다. 

개인소득에서는 한국의 1/16에 불과하지만 GDP는 한국보다 4.3배 높다. 인도 경제력은 일본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남한보다 33배나 넓은 면적을 가지면서 국토인프라 경쟁력은 남한의 67%(세계경제포럼, WEF)에 불과하다. 열악한 도로 사정과 느린 행정, 복잡한 인·허가 과정, 뒷돈을 요구하는 부패, 낮은 구매력 등을 이유로 인도 시장 진출을 포기한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인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이 인도 시장을 포기해도 인도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인도는 경제 성장을 위해 한국이 아닌 자국기업 혹은 타 외국기업을 찾아낼 것이다. 인도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국토와 도시인프라가 열악한 만큼 건설시장은 거의 무한대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도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문제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재정이 부족하다. 당연히 민간 혹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 한다. 곳곳에서 민간투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국제입찰에 부쳐진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드는 인구로 도시는 급팽창하기 시작했다.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기도 전에 도시는 이미 만원을 넘어 심각한 주택난이 발생되고 있다. 뭄바이 도심지에는 99.1㎡(30평형) 크기 아파트의 월세가 500만원을 넘어 계속해서 상승되고 있다. 주택이 모자라지만 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땅 주인이 여러 명 엉켜있어 지을 땅 확보가 어렵다. 이런 현지 사정으로 판잣집과 현대식 아파트가 같이 있다. 1960년대와 현대가 공존해 있다. 같은 동 아파트라도 반쪽에는 입주해 있고 반쪽은 시공 중에 있는 게 도시개발이다. 한국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인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국내 업체가 인도시장에 진출하려면 다음 4가지는 필수로 가져가야 한다.

첫째는 성장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 인도 진출의 골든타임은 3년 이내라 한다. 인도 정부가 한국의 경제성장과 인프라 개발 사례를 가장 신뢰한다고 한다. 유효성이 오래 갈 수는 없다. 둘째는 인도 진출은 현지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곁눈질이나 컨설팅기관의 도움만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충고다. 현지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 셋째는 투자개발형 사업은 프로젝트가 아닌 사업(business)으로 봐야 한다. 인도가 내놓은 PPP(민간협력)사업은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제안자가 새로운 상품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 경험과 지식이 짧아 온갖 좋은 정보만을 모아 입찰안내서에 담기 때문이라 한다. 넷째는 시장 진출을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인도의 인프라 투자시장은 최소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내심과 끈기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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