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성에서 벗어나 취향대로
살고 싶은 2040세대의 절실함에
건설업계는 귀를 기울여
어떤 집이 필요하냐고
그들에게 한번 물어봐야 한다”

부산, 광주 그리고 서울에서 최다득표를 한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런 일을 상상이나 했겠나 마는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한국의 뒷발을 잡던 지역갈등, 그 갈등을 등에 업은 정치는 이번으로 끝이길 기대한다. 한국전쟁 피난민의 아들임을 강조하며 외신은 새 대통령을 규정해 소개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기대가 담긴 소개라 믿고 싶다. 그러나 냉전에 시달려온 한국 유권자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를 던진다. 더 이상 북풍과 같은 낡은 이념 소재가 정치에서 먹히지 않음을 전하는 소리로 들린다.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대의 약 47%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한다. 30대의 약 57%가 그를 지지했다고 전한다. 또 52%의 40대가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하니 이번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 유권자는 2040인 셈이다. 2등 후보가 70대 이상의 유권자로부터 51% 정도 지지를 받은 데 비해 당선자는 22%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갈등, 이념갈등은 옅어졌고 연령 대비는 뚜렷한 선거였다. 지역이나 이념 갈등의 자리를 연령이 꿰찬 사건을 놓고 우린 어떤 표정을 짓고, 교훈을 얻어야 할까.

지역이나 이념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대화, 화합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세대에 따라 지지 후보와 정책이 달라지는 지금에도 대화와 화합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세대 화합, 세대 대화? 어쩐지 어색하다.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대 간 간극에 대해 우리가 오랫동안 손을 놓아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이든 쪽에선 명령 내리면 되고, 젊은 쪽에선 회피 혹은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투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더 이상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화와 화합이 당장 어색하고 힘들어 보인다면 그를 위한 준비 운동이라도 벌이라며 재촉한다. 

우선 각 세대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일이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다른지 모른 채 ‘요즘 애들 틀렸어’라며 탄식하는 나무람을 기득 연령층에서 먼저 걷어내야 한다. 젊은 층의 삶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하고 팍팍한지 들여다 볼 의지는 지금의 100배쯤에 이르러야 한다. 청춘이니까 누구나 겪는 거라는 투의 무책임함에서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옛날의 무용담을 내세워 일시적인 청춘 방황인 것처럼 낭만화하는 폭력적 우격다짐도 피해야 한다. 새 대통령에게 이같은 이해와 인식을 높일 요량으로 새로운 부처를 하나 만들라고 요청하고플 정도로 청장년층은 아파하고 있다. 그래 그들을 먼저 알자고 나서야겠다. 앓고 있는 아픔을 공감하자. 그게 기득 연령층에서 벌여야 할 새 작업이다. 

그 새 작업을 건축, 건설업계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눈과 입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한다. 집을 연령에 맞추어 짓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앞으론 그래야 한다. 혼자 살아 편한 집을 짓는 일, 스마트 생활에 맞는 집을 짓는 일, 혼술 혼밥을 해도 외롭지 않을 집을 짓는 일. 다양한 취향에 맞추어 선택 가능한 버라이어티 건축이 같은 꼴의 아파트 건설보다 더 앞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축, 건설계는 2040이 살아가는 꼴, 생각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집을 지어 제공한다는 말 대신 어떤 집이 필요하냐고 물어야 한다. 지켜보고 인식하고 파악하는 일이 곧 그들에게 말을 거는 준비가 된다. 건축, 건설이 딱딱한 비즈니스이기를 멈추고 사람 사는 꼴을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자세를 갖춰야 하는 이유다. 

당선된 대통령의 첫 일성은 ‘우리 모두가 절실했다’였다. 그에게 더 많은 성원을 보낸 젊은 층은 새 세상이 더 절실했을 수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이 행복하는 일 만큼 절실한 것이 있을까. 시대를 잘못 타고난 탓에 배제되고 소외되는 억울함을 떨쳐야 하는 일, 정말 절실하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는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 취향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일. 얼마나 절실한 일인가. 명령받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도 간섭하지 않는 사회를 챙기는 일. 그 얼마나 절실한가. 건설, 건축계도 그 절실함을 풀어나가는데 힘을 보태보자. 같이 절실해보자. 절실하고 사무치면 꽃도 피운다는데.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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