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에서 가장 답답함을 느끼는 순간은 “변하지 않을 거에요”라고 말하는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때다. 고용·산재보험료 미지급 문제를 취재하면서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종합건설업체들은 ‘하도급업체가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받으면 고용·산재보험료를 지급하는 사업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을 악용해 하도급업체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떠넘기고, 매월 지급해야하는 확정 보험료도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일삼고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안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하도급업체들은 “공사비도 제대로 못 받은 상황에서 보험료를 놓고 싸우기는 힘들다”, “큰 금액도 아니고 보험료로 싸워 다음 공사를 못 딸까봐 그냥 넘어간다”, “공사비에 비하면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참는다”라는 등의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업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만한 큰 문제가 아니고, 싸워도 손해일 것이라 참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에서조차 권리를 찾지 못한다면 큰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다.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갑질로 얼룩져 있는 원·하도급 관계를 바로잡으려면 작은 곳에서부터 변해야 한다.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커다란 기후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우리도 이제 날갯짓을 시작해야 할 때다. 작은 문제에서부터 피하지 말고 부딪혀야 바뀐다. 우리의 날갯짓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업계가 변화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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