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34평(전용면적 85㎡) 아파트를 산 이모씨는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직장을 잡아 지방에서 상경한 이씨는 10년 가까이 계속 전셋집만 살다 아내와 상의해 큰 맘 먹고 집을 샀다. 깨끗하고 내부 구조도 잘 빠진 새 집에서 아이가 뛰어노는 것을 볼 때면 마냥 흐뭇하기만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집값의 70% 가까이 대출을 낸 이씨는 한 달 원리금 상환에만 150여만원이 나가고 있다. 적은 월급이 아니지만 기본 생활비를 빼고 원리금까지 은행에 내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 이씨는 “하루에 5만원짜리 숙박시설에 묵고 있다”고 씁쓸함을 달래며 말했다. 이런 이씨에게 걱정거리가 또 늘었다. 미국이 올해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향후 국내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씨의 숙박료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2년여간 단기 활황세를 보인 국내 부동산시장이 주요한 대내외 변수로 단기 조정국면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가장 강력한 대외 변수인 미국 금리인상. 미국 연준은 13, 1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00~1.2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 상단(1.25%)과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똑같아졌다. 하반기에 연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국내 경기 대응과 136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한은이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강자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리인상 시그널을 던졌다. 그는 지난 12일 한은 67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일부 과열 조짐을 보였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어 일정 수준에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정책 방향도 부동산시장에 상당히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투기와 불법거래에 엄정 대처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국토부 장관이 내놓게 될 새로운 부동산 대책은 집값 상승지역에 국한한 맞춤형 규제가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실제 지난 13일 부동산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강남 등의 지역에 세무서까지 동원한 대규모 정부합동단속팀을 투입해 집중점검을 벌이고 있다. 예상보다 강력한 강도 높은 규제책이 나올 경우를 배제하기 힘들어 시장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상황인 것이다. 김 후보자는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만일 정부가 LTV와 DTI 완화 환원 조치까지 착수하면 시장의 침체기는 더 깊고 오래 갈 수도 있어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과 국토부의 정책 방향성을 가늠해 볼 때 과도한 대출로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은 지양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으로 보인다. /배성재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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