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장관들이 한결같이 주택시장 안정을 부르짖고 있다. 주택정책 기조도 공급 위주에서 가수요 억제에 맞춰진다. 동시에 균형을 잃은 세입자의 권익강화에도 무게를 두기로 했다.

‘6·19 대책’을 보면 아파트값 폭등과 청약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고민한 흔적이 짙다. 정부의 고민은 여론의 주문대로 강력한 거래 규제 수단을 들이댈 수 없다는 데 있다. 거래를 직접 옥죄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6·19대책’은 가수요 억제대책이고, 투기꾼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나올 투기대책은 서울 강남권 등 투기수요가 많이 몰리는 지역과, 개발 과정에서 양도차익이 큰 재건축 아파트 등에 집중되고 강력한 대책도 나올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주택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공급 부족 타령을 했는데 현실은 다르다”며 “과열의 원인은 가수요와 편법거래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가수요 차단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또 임대차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고도 약속했다. 주택 시장의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다만 주택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국토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투기의 본질을 파악해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 투기의 본질은 집을 사고팔아 단기 시세차익을 내거나, 임대 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투기는 짧은 기간에 얻는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때 만연한다. 불로소득 환수, 투명한 임대시장 확보로 조세 정의가 이뤄지면 주택 투기는 사그라든다. 이게 주택 투기를 막는 지름길이다.

거래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없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강화를 예로 들자. 분양권은 거래가 인정되고, 엄연히 시장에서 자리잡은 주택 상품이다. 웃돈이 붙어 거래되면 높은 양도세를 부과해 가수요를 막는 게 올바른 투기 대책이다. 분양권을 팔아야 할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분양권 보유 기간에 따라 높은 양도세를 물리는 것이 분양권 투기를 잡는 지름길이다. 

일반 아파트 거래도 마찬가지다. 주택이 꼭 필요해서 구입하거나 장차 실제 거주할 목적이라면 아무리 집값이 올라도 되팔기 전까지는 일단 투기성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 1가구 1주택자라면 더 그렇다. 다만 단기 보유자나 손바뀜이 잦은 주택 거래자는 양도세를 무겁게 물려도 된다. 투기 목적의 가수요 거래를 막는 데는 양도세 강화 약발이 잘 먹힌다. 

임대차 시장질서 확립은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이나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임대가구 현황, 즉 세대별 임대가구 수와 임대수입, 임대기간 등이 정확히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국내 사적 임대차 시장은 사실상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의 77%인 647만4315가구가 사적 임대시장에 놓여 있다.

다주택 보유 자체를 색안경 끼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주택 임대수입을 유리알처럼 확보한 뒤 소득에 따른 정당한 세금을 물리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하다. 주택정책이 아닌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과제다.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수요 억제책도 동원해야 하지만 그게 최선은 아니다. 수요 억제에 매달리는 정책은 근시안 대책이다. 시세차익·임대소득 등 불로소득을 거둬들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알맹이 빠진 주택정책이다. /류찬희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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