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협력은 개선되고 있지만
2차 협력사들의 체감도지수는
전년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동반성장 문화의 확산을 위해
2차 이하 협력사에도 관심 갖자”

핀란드에 코네(KONE) 엘리베이터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규모가 작은 핀란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일류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그 성공 비결은 250여개 협력사와의 안정적인 파트너십 구축이었다. 협력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코네 엘리베이터는 협력사로부터 신뢰성이 높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고, 협력사들은 안정적인 매출처가 확보됨에 따라 지속적인 기술혁신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하나의 완성품이 생산되는 데 수많이 기술과 부품이 융합되는 오늘날 코네 엘리베이터의 성공 사례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간 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공정위는 대·중소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협약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공정거래협약 제도는 대기업이 자신과 거래하고 있는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에 관한 세부사항을 협약이라는 형식으로 사전에 약정해 그 내용을 이행하고, 공정위가 그 결과를 평가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인 거래관행 개선과 상생협력을 유도함으로써 중소기업은 자신이 일한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경쟁력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 경쟁력이 높아진 중소 협력업체로부터 부품 등을 납품받은 대기업도 보다 고품질·고부가가치의 완성품을 생산할 수 있게 돼 관련 기업생태계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공정위는 매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 실시한 이행평가 결과를 보면 전년과 비교해 대·중소기업간 거래관행이 개선되고 상생협력 문화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업체 수는 전년에 비해 약 1.2배 증가했고, 현금과 현금성 결제비율은 각각 4.47%p, 0.04%p 증가했다. 또한 대기업이 중소협력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금액은 전년에 비해 약 6400억원 증가했고, 전문 인력을 파견하거나 협력사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실적도 전년에 비해 50.7%가량 증가했다. 다만, 기술지원 금액 및 기술보호 건 수, 2차 협력사와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1차 협력사의 수는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행 및 상호협력의 정도는 전반적으로 개선 추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개선 정도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말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에 대한 1차·2차 협력사들의 체감도 점수가 전년에 비해 하락했다. 특히, 2차 협력사의 체감도 점수는 전년에 비해 5.1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2차 이하 협력사로의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이 협약 체결에 참여하고 내실있는 협약 이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보다 많은 1차 협력사들이 2차 이하 협력사와 협약을 체결하도록 독려해 대기업-1차 협력사 간 상생협력 문화가 2차 이하 협력사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1·2차 협력사 간 현금결제비율, 대금지급기일을 직접 평가해 대기업이 2차 이하 협력사의 대금지급조건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생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제조업 기업경기전망지수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경 편성 등으로 내수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수출 증가세가 기업들의 경기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수 회복세와 가계 부채 문제는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를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현재의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들이 중소협력업체를 동반자로 여기고 공정한 거래와 상생협력을 체화(體化)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들이 뒷받침될 때 한국 경제는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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