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논란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지난 15일 확정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 올해보다 16.4% 올랐다. 예년 평균 상승률 7.4%의 배가 넘는다. 내년에도 이정도 상승이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같을 수 없다. 사용자와 직원의 입장이 상반된다. 임금을 주어야 하는 사용자는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다. 다른 여건 변화가 없는데 당장 직원월급만 올려줘서는 회사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 반면 직원들로서는 반갑다. 월급이 인상되면 형편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문제는 경제전체에 주는 영향이다. 최저임금은 한국경제를 망칠까, 활력을 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른다’가 정답이다. 현 한국경제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망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이렇다. ‘급격한 임금상승→일자리 축소·물가상승→소득감소→경기위축’이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임금이 부담스러운 사장은 직원을 해고하고, 직접 경영에 나설 수 있다.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영세 자영업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높아진 임금은 곧 상품과 서비스가격에 전가된다. 일자리가 줄어 사회전체적인 소득이 감소하는데 물가만 뛰면 경기는 또 위축된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는 이렇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한국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무시하기는 힘들다. ‘임금상승→소득증가→소비증가→경기활성화’의 논리를 내세운다. 직원에게 주는 임금은 딴 데 가는게 아니다. 임금은 소득으로 변하고, 직원은 소비자로 바뀌게 돼서 상점을 찾게 된다. 최근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한국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소득분배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이 ‘구성의 오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구성의 오류란 개별적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전체로 보면 손해가 되는 것을 말한다. 고용주들은 비용(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것이 이득이다. 하지만 모든 고용주들이 임금을 줄여버리면 사회전체적으로는 소득이 줄고, 물건을 살 사람이 없게 된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기업경영은 어려워지고, 다시 임금을 줄여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파격적인 임금상승이 경제를 살린 사례도 있다. 1914년 1월5일 ‘자동차왕’ 포드는 자사 노동자의 일당을 5달러로 올렸다. 당시 자동차업계 평균일당(2.34달러)의 2배였다. 업계와 언론은 물론 주주들도 “포드가 미쳤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그해 포드차의 순이익은 2배나 늘어났다. 포드는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그 돈이 사용돼 판매자·생산자 및 노동자들의 수입이 늘고, 그 수입은 자동차 판매로 되돌아온다”며 “범국가적인 고임금은 범국가적인 번영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포드의 실험이 2017년 한국에도 맞으리라고는 자신할 수 없다. 당시와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너무 다르다. 역설적으로 이번 최저임금 인상의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한국사회 소득분배가 왜곡돼 있었다면 성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실패할 것이다. 

대선당시 사회적 공감대는 전자였다. 대선주자 모두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다.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2020년까지, 홍준표, 안철수 후보는 임기내 1만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그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완화할 해법에 힘을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때문이다. 누가 집권했던들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은 불가피했을테니까 말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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