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과세, 존경 과세, 새발피(새발의 피) 증세, 눈가웅(눈가리고 아웅하는) 증세….

이런 말장난이 또 있을까. 증세에 네이밍을 한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정치권 지도자들의 작명 센스도 참 그렇다 싶다. ‘초대기업’, ‘초고소득자’란 생소한 레벨이 우리 사회에 존재했음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증세. 필요하다. 그 많은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려면 당연히 많은 돈이 필요한데, 나라 사정도 소시민의 주머니 사정과 마찬가지로 돈 나올 데가 뻔하기 때문이다. 소득의 재분배라는 명분도 있다.

그런데 이번 증세는 좀 이상해 보인다. 99대 1로 국민을 구분지어 버린 것부터가 문제다. 우리나라 상위 1% 기업은 전체 법인세의 75.9%를 물고 있다. 전체 세수에서 법인세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그럼에도 1% 기업에 또 세금을 더 물라고 하면 우량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자본소득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도 비슷한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세금 더 거둬들여봐야 4조원도 안 된다고 하던데 이게 웬 갑작스런 난리인가 싶다 솔직히.

경제 논리도 안 보인다. 정부가 말한 ‘초’ 계급에 대한 ‘핀셋’ 증세라 하더라도 그 파장이 100% 전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결제가 아닌 정치 논리로 세금 걷어 들이면 늘 뒷탈이 난다. 성장률 저하, 일자리 감소 사태가 우려된다. 섣부른 증세론은 겨우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의 불씨마저 꺼뜨릴 공산이 크다는 말이다. 

세계 흐름과도 어긋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등이 강력한 법인세 인하를 추진 중이다.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된 데 이어 월성 원전 1호기의 가동 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원전 정책은 국가 에너지정책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저임금은 또 어떤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 16.4% 급격 인상을 결정한 뒤 벌써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한다. 인건비 부담을 우려해 장사를 포기하거나 상가를 팔려고 내놓는 자영업자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는 소규모 사업체에서 크다. 4인 이하 음식숙박업 사업체의 경우 4.35%p 늘어난다. 다른 논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1년 뒤 기존 일자리를 잃는 저임금 근로자의 비율은 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그 파장과 후유증을 간과하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일단 한번 해보고 나중에 고치자”는 말이다. 이런 무책임 발언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더욱 놀랍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정책 실험을 하려 해선 안 된다. 국민은 리더가 앞선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레밍(들쥐의 일종)이 아니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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