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와 ‘4차산업혁명’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도 일자리 정책이나 미래 성장동력 전략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상황판’을 만들어서 일자리 현황을 직접 점검한다거나, 범정부 차원의 강한 추진력을 갖춘 4차산업혁명 정책과 같은 사례는 과거에서도 찾기 어렵다.

문 정부는 일자리 정책과 4차산업혁명 추진 정책을 다시 부처가 연관된 복합·혁신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100여 개에 달하는 국정과제 중 핵심공약과 새 정부의 국정비전을 선명하게 부각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예산·인력 등 정책집행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해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과 일자리 창출의 상관성에 대해서다. 4차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생겨날 일자리보다 감소될 일자리가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두 정책은 서로 보완·강화하는 측면보다는 서로 경합·갈등의 소지가 높고, 이에 일종의 정책적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효과 또는 역류 효과(backwash effect)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일자리의 측면에서 본 4차산업혁명은 대량의 실직과 직업 구조의 개편을 낳는 ‘제4차실업(失業)혁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술변화와 일자리의 상관관계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체효과’다. 대체효과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신기술을 통해 개발된 기계가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반복적인 일자리들을 대폭 축소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건설 현장만 봐도 그렇다. 높은 생산성을 갖춘 건설기계들이 개발되자 단순 노무직 수요는 급격히 줄었다.

둘째는 ‘보완효과’다. 개발한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건설기계들은 건설 현장에서 각종 장비를 조작하는 직업이 새로 창출됐다. 그리고 광범위한 산업연관효과를 만들어내면서 신규 일자리를 대거 제공한다. 셋째는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과 생산량 증가가 고용증대로 이어지는 생산효과다. 예를 들어 건축 기술이 발전하면 대규모 건축물의 공급이 용이해진다. 이는 곧 건설경기 활성화와 함께 새로운 유통 서비스업 등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축소된 일자리 이상으로 대량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던 1·2·3차 산업혁명과 달리, 4차산업혁명 새로운 일자리에 비해 감소되는 일자리가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신기술 개발은 생산성 향상, 소득증대에 따른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고,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정책적 노력에 따른 보완효과로 순고용상의 큰 감소 없이 점진적인 직업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4차산업혁명을 추동하는 핵심기술들의 ‘파괴적’(disruptive) 특징을 간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은 무인화·자동화와 연관성이 깊다.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4차산업혁명은 자동화 할 수 있는 작업의 폭을 크게 넓힐 것이다. 이에 개인 간 기업 간 국가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연구자료에서는 한국 전체 일자리의 약 55%가 대체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5년에 전체 평균 대체위험비율은 70,6%, 특히 단순노무직의 90.1%가 대체위험에 직면한다는 추정도 나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00일이 채 안 된다. 지금은 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그 추진체를 구성하는 단계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전략과 일자리 창출 정책의 개별적인 수치적 성과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두 정책을 통괄하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4차산업혁명은 일자리 감소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초과근로 금지 △직무공유 △주 4일제 전환 △노동과 소득의 분리 △여가의 획기적 중요성 등 ‘드림 소사이어티’의 도래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재앙이냐 축복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국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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