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조공사가 진행된 건축물들의 심각한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불량모래가 쓰였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금년 바닷모래 채취량은 어민 반발 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결딴이 났다. 연말까지 바닷모래 채취 예상량은 총 1600만㎥. 한국골재협회가 지난해 말 제시한 적정 모래 공급량 4000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양이다. 어민들의 반발로 인해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나오는 골재 물량이 크게 준데다가 국토교통부의 골재수급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실상 서해 EEZ와 옹진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의 골재 채취 또한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국 건설현장은 순차적으로 멈춰 설 위기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적어도 공식적인 산출량을 봐서는 그렇다.

문제는 건설현장이 이래저래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산출된 물량이 반토막 났는데도 아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은 비공식적인 모래가 유입됐다는 해석밖에 나오지 않는다.

공식적인 물량에 포함되지 않은 모래는 별도의 품질검사를 거치지 않아 사토가 섞인 불량 모래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적발된 불량모래 공급·사용 사례도 여럿이다. 불량 모래로 생산된 레미콘은 반드시 심각한 콘크리트 균열을 초래한다.

결국 건축물의 안전이 흔들리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소지가 높다는 얘기다. 많은 인명사고를 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도 결국 불량 자재가 원인이 아니었던가.

한편으로 바닷모래 파동에 혹여나 애꿎은 전문건설업체만 해코지 당할까 우려된다. 레미콘은 지급자재이지만, 콘크리트균열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시공을 담당한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남해 EEZ 골재채취 협의 당시, 어민들을 대변한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제는 국토교통부도 우리 건설업계의 목소리 좀 강하게 내줄 필요가 있지 않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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