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사라진 용어들이다. 역대 정부에서 애지중지, 금지옥엽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뒷방늙은이꼴이 됐다. 역대 정부가 부동산과 SOC에 공을 들인 것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안정을 바라면서도 부양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고 과잉 SOC 논란 속에서도 과감한 예산 삭감은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 8·2 부동산대책을 통해 부동산에는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서울 집값 상승이 꺾였고,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더 강력한 대책을 내겠다고도 한다. 정부의 강력한 지출구조조정 다짐 속에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예산은 삭뚝 잘려 나갈 게 확실해 보인다. 삭감은 하더라도 너무 많이 삭감하지만 말았으면 하는 게 건설업계의 바람일 정도다. 건설기성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과도하게 커졌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건설투자 기여도는 1.6%포인트나 됐다. 한국과 같은 소득구간에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건설투자 성장기여도 평균은 0.1%포인트다. 한국은 이들보다 16배나 높다는 의미다. 그만큼 건설이 국내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말이지만, 우리 경제가 과도하게 건설에 발목잡혀 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지난해 2.8%였던 한국 성장률은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1.2%까지 떨어진다. 비중이 이렇게 높아서는 ‘지속가능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건설경기가 계속 호황으로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속도다. 8·2대책이 나오자마자 식어 버린 부동산 거래를 보면서 향후 건설업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SOC투자까지 줄어들면 일감부족은 더 심해진다. 과거 정부라면 업계의 요구가 강하게 분출되면 살짝 후퇴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건설경기에 기댄 성장은 경제 펀더멘털을 강화하고, 경제구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그닥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본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쌓인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국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라며 “한동안 성장 담론을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이 건설경기를 침체시킨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8·2대책이) 건설경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상방·하방 영향이 모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투자확대 기대감이 커지면 건설시장이 되레 활기를 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의미의 민간분양이 위축이 되더라도 새로운 곳에서 일감이 생겨날 수 있으니 건설산업 전반이 부진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는 생물과 같아 예측하기가 참 힘들다.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뒤로는 기존 교과서도 잘 안 맞는다. 과거와 다른 문법을 들고나온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섣불리 실망하거나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문재인식 처방이 부동산시장에, 나아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권 중반부쯤 되면 윤곽이 나올 것이다. 다만 총론이 옳더라도 각론이 틀리면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건설업계와 국민들이 가지는 불안감을 어떻게 줄이고 변화에 동참을 시킬지는 문재인 정부가 끝까지 챙겨야 하는 ‘디테일’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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