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답답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를 볼 때다. 건설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부금도 그중 하나다.

퇴직공제부금은 건설업 특성상 근무 현장을 자주 옮겨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근로자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현행법에서는 공사를 발주하는 기관이 필요한 금액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좋은 취지와는 달리 퇴직공제부금은 현재 건설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 퇴직공제부금은 직접노무비의 2.3%로 책정돼 있는데 부족한 현장이 늘어 근로자들과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속내를 들여다보면 퇴직공제부금 부족으로 인해 발주처로부터 공단으로 비용을 전달만 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부당하게 초과분을 떠안거나, 비용 전달이 아예 이뤄지지 않아 퇴직공제부금이 미납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업체들은 “건설근로자법에 명시돼 있는 퇴직공제부금의 반영요율(직접노무비의 2.3%)을 국토교통부가 10여년간 손보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며 “관련 제도만 마련해 두고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비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조차 모르는 것은 직무유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개선책이 나와도 이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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