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강도 규제가 포함된 8·2부동산대책으로 주택 매매시장은 거래절벽을 보이는 가운데 주택 분양시장의 ‘찜찜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전문가들조차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불안한 활황’이라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가계대출 급증, 기존 아파트 매매가 줄어든 거래 절벽, 주택과 수익형 부동산 공급과잉, 금리 인상 가능성,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 시장 곳곳을 들여다보면 ‘부동산 시장 냉각’이라는 음험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우선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월 현재 7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전체로는 1400조원에 달한다.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0조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기타대출 잔액(마이너스통장 등)도 6월 말 기준 200조원에 이르고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돈이 가계 빚으로 있는 것이다.

부동산 상품 공급과잉은 발등의 불이다. 2014~2017년 4년간 주택(아파트와 단독주택 빌라 등) 수익형 부동산 300만 가구(실)가 공급됐음에도 2018년에도 3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분양되는 부동산이 포화상태를 넘어 범람의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국내외 대형 경제악재로 인해 잘 보이지 않지만, 주택 공급과잉 문제는 심각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적으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18년 말부터 부동산 시장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관계없이 입주 폭탄과 역전세난 등을 보이며 ‘급랭’으로 갈 수도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악재다. 미국이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 한국은행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중 북한 문제는 결코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다. 지난 9월3일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은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역할을 하면서 한국 경제에 파문을 몰고 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악재 중의 악재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나라 홀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악재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은 불안한 활황 상태다. 기존 아파트 시장은 거래절벽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거품은 해소되지 않고 분양시장에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GS건설이 강남구 소재 홍보관에 문을 연 신반포센트럴자이(사업지 서초구 잠원동)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는 지난 1~3일에 2만5000여명의 수요자가 방문했다. 고분양가에 8·2대책에 따른 중도금 대출 등이 대폭 줄었는데도 인파가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수요자가 몰린 것에 대해 주변 아파트 시세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찜찜한 열기가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2017년 부동산 시장이 2007년 당시 미국 주택 시장을 닮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가 잇따라 도산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 업계도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다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월에 주식시장(한국거래소 주가)은 반토막이 났고, 부동산 시장도 분양가 30% 할인, 통매각, 입주 전쟁 등이 이어졌다. 하우스푸어(대출로 집을 사 가난하게 사는 이들)가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미국 가계대출 금융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내년은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의 해인 2018년이다. 2017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당국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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