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정부는 당초 민간투자(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한국도로공사(도공)가 담당하는 재정사업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통행료 인하와 서울~세종고속도로 조기 완공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란 이유에서다. 

마침 그날 저녁 모 대형건설사의 SOC담당 임원을 만났는데, 그는 “10년 공든 탑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무너졌다. 정부가 민간사업자를 상대로 강도짓을 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세종시에서 경기도 구리시까지를 잇는 131㎞ 구간으로 총 사업비는 7조5500억원이다. 2006 ~2007년 10대 건설사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사업자들이 정부에 제안을 했고 200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원인 KDI가 이 프로젝트를 민자사업으로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민자적격성 검토(VFM)를 했고 지난 5월 그 결과가 22%로 나왔다. 22%라는 건 정부가 할 때 100원이 드는 일을 민간이 하면 78원이 든다는 의미로 민간이 하는 게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프로젝트의 편익을 검토하는 BC(비용대비편익)도 1.15가 나왔다. 이는 100원을 투입했을 때 사회적 편익이 115원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국토교통부는 재정사업 전환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민자 고속도로에 대해 모든 의사결정이 경제성 위주이고 △착공까지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협상 등 추진일정이 불확실하고 △비싼 통행료에 비해 낮은 서비스라고 폄하하는 자료까지 냈다. 반면 도공이 건설하는 재정고속도로는 △정책도입이 유연하고 △설계 완료 후 바로 착공 가능하고 △서비스 개선이 용이하다는 장점만 강조했다

그는 “사업자가 사실상 결정된 프로젝트를 정부가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뺏은 셈인데, 분위기를 볼 때 앞으로 이 정권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대형 SOC사업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의 우려와 같이 정부는 9월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SOC예산을 올해보다 20% 삭감한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삭감 폭(4조4000억원)으로는 역대 최대이고 총액으로는 2004년 이후 최저치다. 게다가 기재부는 향후 5년간 SOC예산을 연평균 7.5%씩 감축할 예정이다. 

SOC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IMF연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SOC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만 늘면 전체 GDP가 4년 뒤 1.5% 증가한다. 또한 SOC투자는 교통생활과 주거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민복지를 위한 투자다. 

반면 SOC투자가 줄면 일자리가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줄어든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SOC투자를 1조원 줄이면 일자리가 1만4000여개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0.06%포인트 줄어든다. 노후 인프라에 대한 개선을 미루면 국민 안전도 위협당한다. 이런 모든 점들이 정부가 SOC예산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민간건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정책 결정자들이 건설 현장의 현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최근 만난 또 다른 건설회사의 임원은 서울~세종고속도로와 관련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세종시 이해찬 의원이 김 장관 청문회 때 얘기했던 ‘민자사업으로 하면 고속도로통행료가 30~40% 올라간다’는 말을 사실로 알고 있다는 데 이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김 장관의 입과 귀를 가린 것”이라며 “요즘 민자도로는 오히려 도로공사 통행료보다 요금이 낮은 경우도 있고 많아야 10% 정도 요금이 비싼데 그마저도 민자사업자가 내는 10%의 부가가치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건설관련 정책이 그 어느 정책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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