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만1000동의 건물을 파괴한 멕시코 지진이 있었다. 이처럼 큰 피해가 발생한 이유로 멕시코시티 특유의 젤리와 같은 지형과 정부 당국의 안전불감증 등이 문제점들으로 지적됐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진설계였다.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해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경주지진이 있었다. 그 여파가 거리가 먼 서울까지 전달될 정도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지진이라고 한다. 23명이 부상당하고 재산피해가 5300여건에 달했다. 이 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본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국내 건물 내진설계 확보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내진설계 대상 건물 273만8172동 중 내진설계가 확보된 건물은 56만3316동에 불과했다. 전체 20.6% 수준이다. 10동 중 단 2동만 내진설계가 돼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 274만동은 내진설계 대상 건물만을 계산한 것이다. 전체 건물은 710만동쯤 된다. 내진설계 적용 비율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 내에는 약 42만동이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상태다.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양이다. 그 뒤는 서울시가 잇고 있다. 40만동 정도가 내진설계 미확보 건물이었다. 인천시의 약 10만동을 포함하면 수도권만 약 92만동이 내진설계가 미확보된 상태다. 특히 앞서 발생한 경주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운 부산시의 경우 내진설계 확보율이 13.7%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시 경주와 멀지 않은 대구시가 15.7%로 그 뒤를 이었다. 

정부는 경주지진으로 내진설계 확보 대상을 확대하다 보니 내진설계 확보비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 우리나라 건물이 많아도 너무도 많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힐 지경이다. 본 의원은 이 글을 통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정부에 몇가지 우선순위를 주고자 한다. 

첫 번째, 많은 국민이 살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지진 시 최대 피해가 발생할 건물은 아무래도 많은 국민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공간일 것이다. 내진설계 미확보건물 중 학교, 아파트, 군 생활관과 같은 밀집건물부터 개·보수한다면 최악의 상황발생 시 조금 더 많은 국민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공간이다. 주로 사회복지시설이나 장애인, 노약자 주거건물이 될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느릴 수밖에 없다. 이분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개·보수계획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

세 번째, 경주지진이 발생한 진앙지와 가까운 건물이다. 이미 강도 5.8의 지진이 발생하고 500여차례 여진이 발생한 경주와 인근 지역의 지진 불안감은 전국 어느 곳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어느 지역보다 개·보수가 시급하다. 

누구나 이야기하듯 국민안전보다 우선인 것은 없다. 다시 이 땅에 지진이 와선 안 되겠지만, 지진이 또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내진설계 확보율이 20% 남짓인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선 안 된다. 물론 내진설계를 눈에 띌 만큼 확대해 나가긴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말한 건물, 시설, 지역부터 차근차근 고쳐나간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보다 많은 국민이 안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광주시을, 국토교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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