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명소 ‘공곶이·매미성·바람의 언덕’

경남 거제는 남해 관광의 거점으로 주목받는 만큼 수많은 명소들이 뜨고 지는 자체발광 핫플레이스다. 쪽빛 거제로 여행을 떠나 보자.

거제시 일운면 와현리, 내도와 마주한 조용한 바닷가에 공곶이가 있다. 지도에서 보면 공처럼 둥그렇게 튀어나온 모양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곳 3만여 평 땅에 수선화, 동백나무, 종려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자란다. 가장 유명한 것은 동백나무 터널이다. 공곶이 입구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333개 계단 양 옆을 동백나무가 에스코트하듯 감싸고 있다. 끝겨울에 찾아가면 빨간 동백이 송이째 떨어진 ‘레드카펫’을 볼 수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다.

3~4월이면 ‘봄의 전령’ 수선화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노란 바다를 이룬다. 공곶이 특유의 이국적인 경관을 완성하는 것은 야자나무과 상록교목인 종려나무다. 부채 모양으로 돋아난 잎사귀와 털 덮인 기둥이 거센 바닷바람과 따가운 햇살을 막아준다. 무엇보다 거제의 쪽빛 바다와 잘 어울린다.

공곶이에 정해진 산책 코스는 없다. 천주교 순례길과 공곶이가 한길처럼 맞닿아 있어 반나절 정도 트레킹하기 좋다. 간단하게 둘러볼 예정이라면 예구마을-333계단(동백터널)-수선화밭(노부부댁)-몽돌해변-해변목조계단-해안둘레길을 따라 걸을 것을 추천한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부터 몽돌해변의 청정바다, 내도의 한가로운 풍경, 구조라항을 조망하는 산길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다.

남부면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넓은 바위 위에 잔디와 억새가 어우러진 모양이 꽤 이색적이다. 사방으로 트인 바다와 365일 돌아가는 풍차, 거기에 낭만적인 이름까지 삼박자가 고루 들어맞은 덕분이다. 이곳은 마을의 유래인 도자기를 소재로 포토존을 만들거나 타일 시공을 하는 등 해안경관 색채시범사업을 최근에 완료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목면에서 볼 수 있는 매미성은 2003년 태풍 매미로 경작지를 잃은 백순삼 씨가 자연재해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홀로 쌓아올린 벽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한 것이 이제는 유럽의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성이 됐다. 그 규모나 디자인이 설계도 한 장 없이 지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해변에 다다르면 매미성의 측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면에서 그 모습을 한눈에 담고 싶거든 파도가 닿지 않는 해변가 바위 위로 올라가 보자. 어안렌즈로 들여다본 듯 볼록볼록한 성벽이 한층 멋스럽다. 곳곳에는 매미성이 미완의 작품임을 알리는 공사 자재가 흩어져 있다. 지금은 30분 만에 둘러볼 수 있는 규모지만 또다시 15년이 흘렀을 땐 어떻게 변해 있을지, 저절로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백순삼 씨는 매미성 근처에 살지 않지만 가끔 한 번씩 나와 돌을 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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