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가져올 건설업계 피해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의 윤곽이 드러났음에도 건설업계의 불안은 여전하다. 정부는 우선 휴일에 현장을 쉬도록 하는 휴일 셧다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도급계약서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수급인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공사수행이 지연되는 경우에 한해 서면으로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 표준도급계약서에 ‘법령 제·개정’을 공기연장 요구 사유로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표준공기 산정을 위한 용역에 착수하고, 공기 연장에 따른 노무비 및 일반관리비 상향 조정 역시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건설업이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현장 근로 시간은 국내는 주 61시간, 해외는 주 67시간이다. 이를 52시간으로 줄일 경우 일하는 시간이 국내는 15%, 해외는 22%가 줄어든다. 투입인력을 늘리지 않으려면 공기를 그만큼 늘려야 하고, 공기를 맞추려면 사람을 그만큼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이미 어려울 대로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발주가 사실상 중단됐으며, 사회간접자본(SOC)사업도 예산 감축으로 크게 줄었다. 올 들어 해외건설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가 수천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고, 또 다른 대형 업체도 비슷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도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출발부터 빗나갈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축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근로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주려는 정책이 저녁만 있고 생활은 없는 삶만 제공할 공산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실정에서 정부는 과감히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비현실적인 저가 공공공사비를 현실화하고 줄어든 SOC예산을 과감하게 확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공공공사비는 수지를 맞출 수 없도록 묶어놓고 새로운 비용이 요구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SOC예산도 마찬가지다. 예산 삭감으로 일감이 크게 줄어든 형편에 어떤 현장에서 사람을 더 투입하려 하겠는가.

지난달 31일 대한건설단체연합회 등 건설관련 22개 단체 소속 건설인 70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전국 건설인 대국민호소대회’에서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이 “공공공사의 노무비는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 등을 누락하고 기본급으로만 산정하고 있고, 현실에 맞지 않는 원가산정은 전문건설업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강조한 것은 건설업계가 직면한 문제점을 진심어린 목소리로 토로한 것일 뿐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과 공사비만 늘어나게 되고 보완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건설현장은 무너진다”는 우려는 김 회장의 것만이 아닐 것이다. 7월1일로 다가가는 시계바늘 소리에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 늘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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