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6일자로 건설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사유를 축소하는 내용의 하도급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게 건설을 위탁하는 경우 공사대금의 지급을 보증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는 그 의무를 면제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중에 ‘원사업자가 신용평가에서 공정위가 고시하는 기준 이상의 등급을 받은 경우’를 삭제해 업체들의 신용평가 등급에 관계없이 공사대금 지급보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를 두고 대형건설업체들은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축소가 ‘규제 폭탄’이고 이를 시행하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추가보증 수수료를 업체들이 물어야 하며 보증서 발급에 따른 업무 폭증으로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는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제도란 한마디로 종합건설업자가 하도급자에게 일을 시키고 종합건설업자의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그 대가를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법률적 약속이다. 이 약속에는 하도급대금에 대한 보장기능은 물론 하도급업체가 조달하는 자재와 장비제공자, 현장인력에 대한 대가지급이 연계되어 있어 공사의 연속성과 공사 참여자들에 대한 안정적 대금지급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수많은 하도급업체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라져갔음을 대형업체들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최저가낙찰제가 기승을 부리던 2011년에는 엘아이지건설 등 3개 대형종합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들 업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는 415개사로 계약액은 4628억원에 달했다. 2012년에는 삼환기업, 남광토건, 벽산건설, 풍림산업 등 내로라하는 9개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종합건설업체 상위 150개사 중 25개 업체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상태에 있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한 전문건설업체 수와 계약건수, 금액은 1562개사에 2942건, 3조6195억원으로 업계 전체가 동반 부실화됐던 경험이 있다.

최근의 건설경기도 급격한 하강국면으로 향하면서 지난해부터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등 대형업체들의 신용평가등급이 하락하는 등 부실화되는 상황에서 현행 지급보증 면제를 유지하자는 주장은 수년전의 악몽을 되풀이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를 축소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법령에서 건설산업기본법령보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 사유를 더 넓게 인정함으로써 소수 대기업에게 지나치게 혜택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로 전문건설업계가 집계한 지난해 하도급 금액은 57조5000억원인데 이중 지급보증을 면제받은 29개 대형업체의 하도급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면제율 21.2%를 기록했고 해당 하도급업체수는 1853개사에 달할 만큼 광범위한 혜택을 줬다.

하도급법이 특별법으로 제정된 이유는 하도급자를 일반법인 건설산업기본법보다 더 강력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대형업체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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