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공공입찰 낙찰률로는
주 52시간 근로단축·폭염 미세먼지 등에 따른
공기 준수가 어려운 상황이다
갈등과 혼란을 막으려면
발주처는 적정공기와 공사비를
산정해 제시해야 한다”

유례 없는 여름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름철 폭염 시 공사 중단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열악한 현장작업 중 폭염으로 인한 공사 중단은 공기의 연장 사유에 당연히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올해 7월 이후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건설업계는 또 한 번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의 적정공기 분석에 따르면, 현 건설 공기 산정 시 1일 8시간 작업 기준, 1년에 30%의 공사불능일이 적용돼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건설공사기간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만 폭염기, 미세먼지에 따른 작업 중단, 용지보상 지연 등으로 인한 공기연장은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발주자는 설계시 적정공기를 제시하지 않고, 발주처의 사정에 따른 비합리적인 공기설정으로 공기준수를 위해 건설근로자는 툭하면 연장 및 휴일근무에 1주 68시간의 근로시간이 다반사가 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주 52시간의 도입으로 주당 휴일근무 16시간에 대해서는 신규의 근로자를 고용해 공사를 수행해야 됨에 따라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추가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는 문제를 안게 된다. 이미 이 제도의 도입이전에 낙찰 받은 공사인 경우에는 기존의 68시간의 틀 속에서 입찰금액을 다소 낮추어 공사를 수주했으므로 공사비 추가부담은 건설업체의 적자시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적정임금제의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제는 건설근로자의 일과 삶의 질의 조화(워라밸)라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이들 건설근로자를 고용하는 건설업체의 입장에서는 발주자 차원의 ‘적정임금’과 ‘적정공기’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한 여러 가지 비용문제를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발주공사에서 이 두 가지 요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적정임금 시범사업을 통해 적정임금제가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적정공기에 대해서는 공사종류별 ‘표준공기’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 

주 52시간 도입 이전의 공공공사 입찰관행에 근거한 낙찰률로는 도저히 주 52시간 근로시간에 따른 공기를 준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즉, 주 52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입찰을 하는 경우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근로비용이 반영됨으로써 이전의 낙찰률보다 높아지거나, 발주자에 대한 ‘적정공기’ 확보에 대한 요구가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될 것이다.

적정임금제는 건설업의 최저임금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예를 들어, 적정임금으로 설정되는 시중노임단가 이하의 단가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여기에 이들의 근로시간도 주 52시간으로 묶이는 결과, 추가 근로를 위해서는 타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임금과 주 52시간근로제의 상승작용으로 기존의 예정가격 하에서의 낙찰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발주처의 입장에서는 설계를 반영한 적정공기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공사의 특성에 따라 합리적인 적정공기를 산정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시급을 요하는 공사의 경우 공기의 단축이 불가피하므로 이에 따른 적정공사비를 제대로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휴일, 연장근무 등에 따른 적정임금의 보장과 적정공기의 보장은 건설근로자와 건설업체 간의 상생을 위한 발주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적정공기의 보장을 위해 설계단계에서의 사전검토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공기연장의 경우 간접비 증가부분도 반영돼야 한다. 향후 적정(표준) 공기를 산정하고 이러한 공기 하에서 건설업체로 하여금 공기단축을 위한 유인책(인센티브/디스인센티브)을 제공하는 계약제도도 고려할 만하다. 

예를 들어, 미국 도로공사에 적용되는 A+B 방식 계약제도(즉 공기단축계약제도)로 도로 등과 같이 공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에 따른 혼잡비용(사회적 비용)도 공사비와 더불어, 낙찰 시에 고려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선 장기계속계약보다는 계속비계약으로 공사비의 연차별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적정공사비의 책정, 적정임금, 적정(표준)공기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 이러한 제도변화에 따른 혼란을 조기에 정리해 보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건설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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